♧때로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가 어떤 극적인 드라마보
다도 더 깊은 울림을 안긴다. 극단 신화가 최근 막 올린 '해가 지면 달
이 뜨고'(김태수 작, 김영수 연출)가 그렇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에
이은이 연극을 극단은 '서민극 시리즈'라고 이름 붙였다. 말 그대로, 연
극은 힘없고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이 시대 서민들 이야기다. 무대는 망
우리 언덕달동네. 이 구석까지 떠밀려온 인생들이란 대개 사연이 많다.
이북 만두를 빚으며 사는 서만칠 노인(윤주상)은 50년째 고향을 그리워
하는 실향민이다. 공수부대 하사관 출신인 노처녀 동희(추귀정)는 생선
가게를 하면서 지체장애자인 남동생 동수(김진만)의 공무원 시험 뒷바라
지에 애쓴다. 이 동네에 소매치기 출신으로 여자 속옷 노점상을 하는 성
준(김규철·최준용)이 들어온다.
허튼짓을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이보라우, 나 못참갔어…'
하며 튀어나오는 서만칠 노인의 이북식 '박치기', '청춘은 봄이요…'를
부르며 팬티를 파는 성준의 배꼽춤…. 꾸밀줄 모르는 소박한 인간들의
모습이란객석을 시도 때도 없이 웃긴다.
그러나 그리움과 한숨이 배어있는 서민 동네의 페이소스 진한 이야기
는 끝내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그것은 사람의 따뜻한 체취와 올곧
음을 더아름답게 간직한 사람들을 만나는 감동 때문이다. 잘못하면 상투
적인 이야기나 감상에 흐르기 십상인 소재로, 이만한 격을 만든 것은 윤
주상 등 배우들 연기와 연출의 솜씨다.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게 살려는 서만칠 노인, 돈의 유혹도 뿌리치면
서 지체장애 동생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동희에게
선 들풀같은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고향 잃은 인물들이 그 커
다란그리움을 누른 채로, 서로를 보듬고 새로 둥지를 틀려는 결말을 통
해 연극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모처럼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대
중극이다. 6월 6일까지 인간소극장.(02)923-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