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철아! 힘들지 않네?"
"철남이 형! 괜찮습네다.".
탈북 젊은이들이 고시에 도전한다. 홍철남(27)씨와 황광철(25)씨. 홍
씨는 95년, 황씨는 92년 한국에 귀순했다. 홍씨는 외무고시, 황씨는 사
법고시를 각각 준비하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
시촌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서로를 위로했다.
홍씨는 귀순 직후 "남한 학생들이 북한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다. 북한 젊은이들도 남쪽 못지않게 우수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외무고시에 도전하게 된 것. 홍씨는 어학에 탁월한 감각
을 지녔다. '대남 침투 요원' 출신인 그는 완벽한 서울말을 쓴다. 북한
을 탈출, 5년 동안 중국과 홍콩을 거치며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 인도어
등을 익혔다. 외국어대 영어과 3학년인 홍씨는 97년 토익시험에서 930점
을 받아 남한 친구들의 기를 죽였다. 홍씨는 "외국어나 국제법에는 자신
이 있지만, 헌법이 부담된다"며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씨는 기업체에 근무하다 작년 8월 사표를 냈다. 남한 사회에서 성
공하려면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함께 탈북한 동생
이 지난해 법정에 선 것이 사법고시에 도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돈이없어 국선 변호인이 동생의 변호를 맡았는데 너무 실망했다"
며 "반드시 사법고시에 합격, 약자를 돕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함경도 회령 탄광촌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한이 맺혔고,
공부하고 싶어 탈북했다"고 말했다. 황씨 어머니는 어느날 "먹고사는
것이 왜정 때만도 못하다"고 말했다가 감옥에 끌려갔다. 황씨는 사시에
앞서 오는 25일 변리사 시험에 도전한다. 변리사에 합격한 뒤 1년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목숨을 내놓고 북한을
탈출했다"며 "고시도 죽겠다는 각오로 하면 안될 것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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