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가 그리스나 로마신화를 가지고 얘기해야 합
니까? 동아시아 신화는 살아있습니다. 상상력의 계보를 우리 신화
에서 찾아야 할 때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서(47·이화여대 중문학)교수는 동양학의 새로운 글쓰기
를 시도하고 있다. 뒷짐지고 헛기침이나 하는 고리타분한 문장을
버리고 영상 세대도 읽을수 있는 쉬운 글을 쓰자는 것이다. 96년
그가 펴낸 '동양적인 것의 슬픔'(살림출판사간)은 8쇄를 찍고있다.
'흰눈처럼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이국풍의 하늘거리
는 치파오(중국 전통 여인치마)가 현란하기만 한 봄날이 계속되고
있다. 장안의 봄이 이러했을까?' 소설처럼 감각적인 문장이다.
"동양학의 자폐증이 안타까웠어요. 동양을 서구인 눈으로 보
는 데서 오는 자기 멸시감이라고 할까요." 서울대 대학원, 하바드
옌칭연구소에서 고전 신화를 전공하고 '산해경 역주' 등을 내놓은
그는 오리엔탈리즘 뿐만아니라 중국중심 주의에도 비판적이다. 급
부상하는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주의로 군림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에서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도교로 읽어낸 그는 앞으로 시인 황지우
씨의 시를 '산해경 신화'로,소설가 이문열씨의 소설 '황제를 위하
여'를 중국소설이론으로 해석할 예정이다.
(*이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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