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강효상기자 】 USA 투데이지의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카린 저긴슨(50)씨는 낮은 톤의
목소리에, 차분하고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었다. 19일 낮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뭔가를 정리하다가
기자를 만난 그녀는 첨단 정보통신 시대에 신문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9년전에 자신이 젊은 시절 불의의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개인 칼럼을 통해 공개하고,
성추문에 얽힌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저널리스트의 [용기]를 몸소 실천해온 여성이다.
유명 전국지 신문사의 편집국장을 맡은 소감은.
"영광이다. 그리고 동시에 큰 책임이다."
USA TODAY에서 첫 여성 편집국장이 탄생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신문사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러운
승진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내가 처음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 여자들의 활동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온갖
여러분야에서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 나처럼
70년대에 입사한 여성들이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쌓은
결과라고 본다."
조지 메이슨대학의 후쿠야마교수는 얼마전 포린
어페어즈지에서 여성들이 사회를 지배할 경우
세상이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크게 웃으며) 그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여성들이 좀더 평화를 유지하고 협동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임 편집국장에 비해 편집국장으로서의 역할이 혹시
달라질 것이 있는가.
"편집국장은 신문의 내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나는
전임국장보다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보다 관심이 있다는
정도다."
편집국장 중에는 모든 것을 지시하는 독재자형
스타일도 있지 않는가.
"신문은 신문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합작해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참여되어야
한다. 편집국장은 [당신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거나
[당신은 이런 일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물론 지시할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주는 것이 신문사를 위해 낫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실수도 한다.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처럼 언론이 사안을 현명하게
다루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신문기자는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언론이 국민에게 정보를 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지난 72년 노스 캐롤라이나의 지방지 [샤롯 뉴스]에서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신문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규모가 작은 지방지에서부터 출발, [마이애미
뉴스]를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다. 규모가 작은
신문사에서는 특성상 한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된다. 독자란,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레스토랑
리뷰등의 편집을 담당하다가 논설을 맡게 되었다. 그게
입사후 3년만의 일이다."
(그녀는 지난 82년 [USA 투데이]의 창간때 스카웃돼온
이후 라이프 섹션담당 편집자, 커버 스토리담당
책임편집자, 데이터베이스 구축및 여론조사담당 특별
프로젝트 수석편집인등을 거쳐 91년부터 8년동안
논설실장으로 일해왔다.)
언론인으로서 기억에 남는 기사나 칼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사나 칼럼으로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70년대 후반 미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의 흑인 중산층의 삶을 시리즈로 쓴 적이
있다. 당시 남부에서 흑인들이 살아가는 것에 많이
배웠다. 또 역시 노스 캐롤라이나의 백인 빈민층에 대해
시리즈 기사를 쓰면서 사람들이 궁핍을 참고
살아가면서도 따뜻한 인간성을 유지할 수있다는 데
감동을 받았었다. 또 성폭행당한 경험을 칼럼으로 쓴
것도 기억에 남는다."
성폭행 당한 경험을 칼럼으로 쓴 이유를 말해줄
수있는가.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지난 90년 개인칼럼으로 [나는 성폭행
피해자였다]로 시작되는 충격적인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에서 70년대에 당한 성폭행 경험을 서술하면서 [내가
범죄의 피해자인데도 경찰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그후 신고한 댓가로 내가 수년동안 테러의
공포속에 살아온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범죄자가 (보복하기위해) 나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후 나는 혼자 생활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새벽까지 뜬 눈으로 나를 지켰다. 그후
내인생은 방어적으로 변해버렸다. 과거의 나를
되찾아올 수가 없다고 적었다.)
섹스스캔들로 탄핵을 앞둔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사임을 촉구하는 논설이 실렸는데, 본인의 생각도
같은가.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그 문제에 관한 내 개인의 입장은 코멘트하지 않겠다.
사설은 사설로만 말할 뿐이다. 사설이 나가자 이틀동안
약 5000명의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다. 대부분 사설을
뜨겁게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
낙태에 대해 찬성하는가.
"코멘트 하지 않겠다."
차기 미국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지지후보를 밝힐
예정인가.
"우리 신문은 과거 한번도 밝힌 적이 없고, 앞으로도
지지후보를 선택할 계획이 없다. 왜나하면 대통령 후보
선택은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클린턴대통령에 대해
사임하라는 사설을 썼느냐고 묻겠지만, 그 문제는
중요한 뉴스적인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었다."
USA 투데이의 톰 커리 발행인은 당신을 발탁한 후
[그녀는 논설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논설의 문장, 주제,
접근방법등에 있어서 수준을 높였다. 그녀는 신문이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대담한 비젼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당신이 언론인으로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웃으며) 나는 항상 열심히 일했다. 내가 하는 일에
집중했다. 다음 자리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내
경험으로 현재 일을 잘하면 다음 일도 잘 풀려나갔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82년 USA
TODAY의 창간에 합류했을 때 집도 팔고 다섯살짜리
딸과 함께 먼길을 이사왔다. 당시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고, 계속 존재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신문사에
인생을 걸었다.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신문사에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고, 용기를 내어
수락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어떻게 스카웃되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모
른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또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
USA TODAY는 82년 창간후 발행부수 200만부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독자들에게 전국적인 뉴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독자들이 친구나 친척들이 사는 다른
지방의 뉴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그러한 알찬 정보들을 섹션으로 찾아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 주효했다. 스포츠 특집이 대표적인 예다."
당신은 취임 일성으로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미디어들이 쏟아지는
환경속에서 신문이 생산해 내야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이 신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미디어는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다. 앞으로 상상도 못할
수단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신문의 경우 종이로 된
신문은 감소하고 온라인 신문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항상 뉴스 서비스에 대한 필요는 갖고
있을 것이다. 뉴스의 전달 수단이 종이냐, 아니냐갸
문제일 뿐이다. 종이로 된 신문도 수요는 줄겠지만
적어도 다음 세기까지는 존재하지 않겠는가. 지금
신문의 할 일은 변화하는 세상을 반영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변화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사이버 저널리즘의 경우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이버 공간에서도 소위 언론이라면 똑같은 수준의
질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독자들이 기대하는 질과 신뢰감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결국 도태당할 것이라고 본다."
귀 신문의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모든 것들이다. 인터넷, 책,
TV등이다."
신임 편집국장으로서 앞으로 발행부수를 2배로
늘린다거나 하는 숫자적인 목표가 있는가.
"신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목표가 많지만,
부수라든가 하는 것에는 숫자상 목표는 없다. 물론
신문이 번창해가는 것은 좋다. 다만 우리는 독자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목표가 있을
뿐이다."
가족들은 누가 있는가.
"다섯살에 나를 따라 워싱턴으로 온 딸이 벌써 곧
대학생이 된다. 남편은 내무부에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남동생들이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
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딸은 당신의 직업을 적극 지지하는가. 항상 일에
물두하는 어머니에 대해 불만은 없는가.
"내 딸은 5세때부터 항상 나의 일터 주변에서 자라왔다.
신문사에서 자란 것과 마찬가지다. 딸과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가. 여가는 어떻게
보내는가.
"사람들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 기술, 교육, 보건등에 특히 관심이 많다. 여가에는
가족들과 보트놀이를 즐긴다. 딸과 남편과 산책이나
등산을 가기도 한다. 야외활동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 줄 수있나.
"하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인터넷]이란 책인데,
전보의 발명과 인터넷의 탄생을 비교하면서 쓴
책이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서술한 책이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또 하나는
뉴욕에서 영국으로 바다를 횡단한 두명의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쓴 책인데, 개인적인 인내심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미있게 읽었다."
매일 매일 새로운 뉴스와 기획을 만들어가는 직업의
속성상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 즐기는 편이다. 나는 오히려
일상생활의 시시껄렁한 일들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차별을 당한 경험을 없는가.
"우리 신문의 사주인 가넷가는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펴오고 있다. 적어도 우리회사는
여성을 쉽게 차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과거 USA
TODAY에 오기 전에 한두번 차별을 당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은 없다."
모든 여성 언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 기회가 보일 때마다 과감히 잡으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 hska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