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천안∼추풍령∼김천∼부산.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
16일만인 지난 6일 부산역 광장에 도착한 김홍영(50·서울 강남구개포
동)씨. 총 500㎞ 거리를 매일 30∼35㎞씩 달려왔다.
서울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20대에 기관지가 나빠 시작한
달리기에 푹 빠져버렸다. 그는 "가슴 한구석에 늘 세계 곳곳을 마라톤
으로 달려보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며 "이번 서울∼부산 완주
는 그 첫 시작"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출발할 때 그는 가족에게 "잠깐 다녀 오겠다"고만 했다. 완
주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그날 목적지까지 짐
을 옮겨다 놓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와 달려가는 강행군의 연속. 아침
6시에 밥을 먹고 오전에 15㎞를, 다시 오후에 20㎞를 달렸다. 동반자
도, 길을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터질듯한 가슴과 다리의 통증때문
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9일째 추
풍령을 넘으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천안을 통과하면서 김씨는 가슴과 등에 'For the Peace of the
World'라는 글귀를 써붙였다. "달릴수록 '내가 왜 뛰나'를 생각지 않
을 수 없었어요." 그때 코소보 사태가 시작돼 이 글귀를 본 차량들은
김씨에게 길을 비켜줬다.
건강을 염려하는 가족들의 외압(?)이 가장 큰 장애였다. 부인 황인
순(44)씨는 나흘째 되던 날 그가 여비를 넣어둔 통장에서 돈을 몽땅
빼내 버렸다. 걱정스런 마음에 남편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
만 그는 친지들에게 여비를 조달해가며 부산까지 달려왔다.
"50대에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는 김씨는
이번 마라톤을 통해 세계 일주의 꿈에 한발짝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