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독일인 의사 분쉬'
리하르트 분쉬 지음
김종대 옮김
학고재, 9000원.

근대 이후 한-일 격차는 단순화시킨다면 서양 연수의 질적 차이
라고도 할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메이지 유신 실세들의 해외 연수를
성공적으로 실현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 온 서양인 가정교사를 통한
국내 연수에서도 크게 배웠다. 개화기 조선에도 적지 않은 서양 교사
들이 선교사 의사 언론인 등의 이름으로 왔지만 우리에겐 그들의 가
르침을 근대의 체계로 발전시킨 흔적이 별로 없다.

1901∼1905년 고종황제의 시의로 와있던 독일 의사 분쉬(1869∼
1911)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한국 체류시절 편지-일기 모음인
'고종의 독일인…'은 이방인 눈이었기에 볼 수 있었던 식민전야 조선
의 풍경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러시아 담배 한대에 난로불을 가득 지
펴준 하인, 비방과 밀고로 라이벌을 집어넣는 풍토…. 콜레라와 천연
두 환자가 창궐하는데 병원 짓자는 제의에는 코방귀도 안뀌면서 고철
이나 다름 없는 일본 군함을 수백만 마르크 주고 사들이는 정부 행태
를 보고 그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하는 충
고는 받아들이지않고 닥치는대로 사기꾼에 걸려든다"고 한탄한다. 어
떤 땐 남이 더 내 모습을 잘 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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