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접경 알바니아의 티라나에서 난민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의료봉사단(International Medical Corps)의 엘리너 몬비오트
(영국·여) 국장은 4일 이메일로 코소보 난민들의 참상을 조선일보
에 알려왔다.
"내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씀드릴 시간이 단 몇분밖에
없습니다. 알바니아에는 현재 12만5000명의 코소보 난민들이 있고,
계속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세르비아군의 총부리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왔다고 호소합니다. 난민 대부분은 세르비아군에게
잡혔을때 알바니아계라는 것이 들통날까봐 피난오는 도중에 신분증
명서나 여권 등을 태워 버렸습니다. 세르비아군이 알바니아계 가족
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 뒤,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로 내몰고 있
기 때문에, 피난 와중에 가족이 헤어져 서로 생사를 모르고 애태우
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모든 가정에 '행방불명자'가 있습니다.
세르비아 병사들에게 매맞고, 폭행당하고, 협박당하면서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은 밤이면 악몽을 꿉니다. 국제 의료봉사단은 현재
알바니아내륙과 코소보 접경지대에서 의료팀 10개를 운영하고 있습
니다. 의료팀 직원들은 대부분 현지인입니다. 우리는 하루 2시간씩
자면서 24시간 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알바니아 국경선을 넘자마자 그동안의 탈수와 피
로로 숨을거두는 난민도 많이 보았습니다. 총상을 입은 사람은 훨
씬 더 많습니다. 난민 캠프는 위생상태가 매우 열악해,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봉사단원 중에는 분쟁 와중에 가족과
헤어진 난민인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국경선에 서서
혹시나 '헤어진 가족이 난민들 속에 섞여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기
대로 발을 구릅니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난민들이 알바니아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바니아는 이들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난하고 작은 나라입니다.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점점 힘겨워
지고 있습니다. 코소보 사태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
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