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문학평론가 남진우(39)씨가 평론집 '숲으로 된 성벽'(문학동
네)을 펴냈다. 기존 평론집 '바벨탑의 언어' '신성한 숲'에 이어 90
년대 중반 이후 한국 문학의 지형도를 그린 책이다. 시의 종말이 운
위되는 90년대에 그 종말을 유예하려는 한국시의 새 경향 분석, 90년
대 작가 신경숙 윤대녕 김영하 깊이 읽기, 시인 황동규 최승호 기형
도의 시 해석 등등이 들어있다.

남진우 비평의 화두는 기형도론에 잘 드러나있다. '기형도의 시는
우리 세계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아름답고 신비로운 성을 찾아가는 언
어의 순례이자 그 성을 은폐하고 그 성을 향해 가고자 하는 모든 노
력을 좌절시키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
장의 주어를 '문학'으로 바꾸면 남진우 문학의 성채가 드러난다.

남진우 비평의 묘미는 시적 감성이 넘치는 문장에 있다. 그의 비
평은 이론의 틀에 작품을 끼워 맞추는 고답적 해설을 거부한다. 분
석 대상이 되는 시-소설 못지 않게 아름답고 명쾌한 문장력을 과시하
는 그의 비평은 '읽는 재미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가령 신경숙
소설에 대해 그는 '바로 저 앞에서 우리를 손짓하는 그리운 풍경이
자아내는 처연한 아름다움 혹은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존
재들이 자아내는 눈부신 연민-아마도 이것이 신경숙의 여러 소설을
감싸고 있는 공통된 분위기일 것'이라며 시적서술을 시도한다.

그의 비평은 하나의 텍스트 속에 내재된 양면성을 포착, 문학이란
갈등과 대립을 아우르면서 새로운 존재의 활로를 찾는 정신의 노력임
을 명료하게 밝힌다. 가령 황동규 시에서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상호
작용을 읽어내고, 최승호의 시에선 무한 팽창과 텅 빈 허공의 공존을
찾아낸다.

그는 "텍스트의 육감적인 매혹 앞에서 금욕을 지키는 수도승이기
보다는 부드럽고 섬세한 연인이고자 했다"라며 "나와 텍스트가 수면
위에 일렁이는 그림자처럼 겹쳐지는 계시와도 같은 한순간, 나는 텍
스트속에서 텍스트를 통해 텍스트와 함께 다시 태어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 박해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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