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 약속을 뒤집기는 속 보이고, 내놓을 카드는 마땅치 않고-.
이달 말로 다가온 봄 편성 개편을 앞두고 방송사마다 눈치보기가 한
창이다. 작년 12월 한국방송협회(회장 박권상) 명의로 시청률경쟁 중단
과 공익성 강화를 선언했던 방송 3사가 구체적 조치를 마무리하기로 약
속한 시한이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방송 3사 중 KBS와 MBC는 26일로 프로그램 개편 날짜를 잡아놓고 있
다. SBS는 5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1월과 2월 부분 개편을 했다는 이
유로 예년에 비해 한달쯤 늦춰졌다. 방송사들은 작년 말부터 방송 구조
조정 칼날을 쥔 방송개혁위원회 비위를 맞추느라 저마다 공익성 강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방송개혁위원회가 활동을 접은 요즘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시청자 채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드라마를 1편씩 줄이겠다던
약속부터 이행이 불투명하다.KBS만 아침드라마 1편을 폐지했을 뿐, MBC
와 SBS는 아직 폐지할 드라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일극과
미니시리즈 드라마 맞대결은 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엔 공영
방송인 KBS와 MBC가 앞장서고 있다.
작년 시청률 하락과 경영 부진으로 고심했던 KBS는 더 이상 공영성
강화에만 매달려 있을 처지가 못된다는 게 고민이다. 일선 PD들은 "공
영성 확대보다는 경쟁력 강화 쪽으로 풍향이 바뀐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최근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이 선전하면서 시청률 강세를 보
이는 SBS는 변화보다 현상유지를 반기는 태도다. 5월 중순 이후 방송법
처리 상황을 보고 개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방송사들의 진흙밭 싸움도 재발했다. 방송
3사는 중복 중계에 따른 전파낭비와 중계료 인상을 막자는 여론에 따라
주요 경기를 돌아가면서 중계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지난달28일 한
국대 브라질 축구와 이달 세계청소년축구경기 중계를 계기로 약속은 깨
졌다. 방송사들은 보도 자료까지 돌리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솔직히 남보다 더 가면 손해고, 덜 가면 욕을
먹기 십상이기 때문에 개편그림을 그리기가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작
년에도 그랬듯, 이번 개혁 약속도 빈 말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
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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