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서 생맥주집을 하는 허모(29)씨는 31일 오후 국민연금
소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를 찾았다.
허씨의 국민연금관리공단 추정 권장소득액은 월 360만원으로 매달
보험료 10만8000원을 내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는 못 내겠다"고 버텼고, 공단 직원은 "수입을
줄여줄 테니 가입하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허씨는 월수입 99만원에 월 보험료 2만9700원을 내기로 했다.
국민연금 전면 실시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시내 연금공단 16개 지
부와 각 동사무소에서는 비슷한 풍경이 줄을 이었다.
공단은 30일로 전국 소득신고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전면 실시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접수 현장에서는 가입률을 높이려고 대상자들
이 원하는 액수대로 소득 신고를 받아주는 일이 눈에 띄었다.
한 동사무소에 파견 나온 공단직원은 소득 신고를 하러 온 사람들
에게 아예 "보험료를 어느 정도 낼 수 있냐"는 말부터 꺼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서울 중구 필동 동사무소를 찾은 유모(55·인쇄업)씨는 "
돈이 없어 못 들겠다고 했더니 '최하'로 해준다고 해서 월수 99만원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또, "IMF로 실직해 수입이 없다"는 사람에게는 현장에서 소득감소
신고서만 받고 실직자로 인정, 납부예외자로 처리해 주기도 했다.
연금공단의 한 직원은 "신고대상자 대부분이 공단이 책정한 추정소
득액을 인정 못하겠다고우긴다"며 "설득하다 안되면 납부 예외자로 처리
하는 일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사 소득이 있더라도 보험료를 내지 않지만, 일단 소득신
고자에는 포함된다.
사업장 가입자 김민용(30)씨는 "자영업자는 당초 권장소득액 산정
에도 문제가 적잖았는데 이 액수조차 멋대로 고치면 누가 제대로 보험료
를 내겠냐"고 말했다.
연금공단 마포지부 박인식 차장은 "자영업자 상당수가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위를 밝힐 강제 수단이 없어 본인 주장대
로 받아준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진위 여부는 5월 소득 확정신고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공단 홍보실 박세채 차장은 "일부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낮춰
신고할 수는 있겠지만, 납부예외규정을 남발해 소득신고율을 높인 사례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