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중 유명한 아리아를 뽑아 공연합니다."
"다음엔, 장구 솔로가 있겠습니다.".

요즘 몇군데 전통 음악 공연장을 찾아갔다 들은 말들이다. 고유의
전통 예술을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 없을리 없는데, 여기선 서양 음악
에서 쓰이는 말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다.

판소리만해도 바디, 더늠, 아니리, 발림 같은 말로 공연 양식을
설명한다.

가령, 아니리를 노랫말로, 발림을 연기로, 일일이 요즘 우리 말로
'번역'해서 쓴다면 우리는 판소리의 주요 부분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아예 요즘말로 바꾸는 게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더늠'이 한 예
다. 판소리 명인이자기 식으로 사설도 넣고 표현 방식도 달리해 완성
한 한 형태를 이르는 이 말은 '더 넣었다'가 변해서 된 말이다. 일반
에겐 너무 어려운 전문용어라고 해서 알기 쉬운 말로 바꾼다? '○○○
버전(version)'이라고 할 것인가?.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위 문장중 아리아는 '명 대목', 솔로는
'독주'나 '개인 놀음'이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겠다는 의견들이었다.

상징체계인 말이 없어지면 현실계의 실물로서 문화는 종적이 없어
진다.요즘 말로 풀어쓰고 바꿔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징어란 말을
배워야지, 다리 열개 달린 바다 생물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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