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공식방문 `1년 2국' 한정...왕실일정 빠짐없이 공개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4월19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정치적 성격을 가급적 축소한,지극히 `문화적인' 나들이
다. 여왕은 서민과 함께 호흡하길 즐기는 평소성격대로, 안동 하회
마을과 서울 인사동 등 전통이 숨쉬는 대중 속으로 들어간다. 방한
을 앞둔 왕실의 표정과 여왕의 일과, 방한일정을 소개하고 한영 관
계사를 되돌아본다. .
한국 대사관을 떠나 도보로 버킹엄궁 정문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였다. 근위병들이 교대식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팔 소리, 말발
굽 소리, 도심에서 맡으면 웬지 신선한 느낌마저 풍기는 말똥 냄새
가 풀풀 흩날렸다.
정문 수위병들은 "써(Sir)!"를 우렁차게 붙이면서 용무를 물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척에 기거한다는 공보 부속실로 안내되는
데 시간은 2분 정도가 걸렸다. 공보비서 클레어 실러스 여사와 약속
이 있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보안 검색이 전혀 없다.
코트를 걸어놓은 대기실로 웬 남자가 성큼 다가오더니 이름을 묻
고는 자기 소개를 했다. 실러스의 직속 상관이자 버킹엄궁에서 최고
공보책임자인 조프리 크로포드씨였다.
크로포드는 "여왕은 보안보다는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왕의 하루 일과가 사사로운
일을 빼고는 100% 공개되고 있는 이유다.
그가 기자에게 내민 두툼한 서류철은 여왕과 부군 필립공, 찰스
왕세자 등 왕실 가족 13명에 대한 일일 행사일정 등이 적혀 있었다.
이방의 언론인에게 그냥 맡겨도 괜찮은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왕실 문서답게 빨간 끈으로 귀퉁이를 묶은 이 서류철에는 99년 2
월18일부터 7월말까지 왕실 가족의 대소사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는 것과, 이것을 외부인에게 아무 거리낌없이 공개한다는 것이 놀라
웠다.
아트클럽 평생 회원인 필립공은 30일 런던 도버 스트리트 40번지
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찰스 왕세자는 31일 런던 근교 서리(Surrey)
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사에 참석하며, 여왕은 내달 1일 브리스톨
성당에서 전통적인 목요 세족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왕실이 빈민구
휼을 위해 베풀었던 은화를 이번에도 나눠줄지 모른다.
여왕의 한국 방문이 처음 공식 보도된 것은 한국 정부나 영국 왕
실이 별도로 발표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이 일정표에 여왕과 에
딘버러공이 4월19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씌어 있
었다.
크로포드는 왕실 가족이 1년동안 참가하는 행사가 대략 300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여왕이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대체로 두가지 경우에 따른다. 하
나는 그 나라 국민들이 자신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어야 한다. 또 하
나는 영연방 국가의 경우, 그쪽 정부가 초청하면 여왕이 방문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
크로포드는 "여왕께서 한국에 대해 특별하게 언급한 것은 아직
없다"면서 "여왕은 매우 개방적이기 때문에 외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여왕은 최근 아시아권 방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년에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2개국을 방문했다.
최동진 전 주영 대사는 "여왕이 특정 국가에 대해 호-불호를 분
명하게 나타내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영국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
는 것은 비유컨대 무디스 지수가 몇 포인트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피노체트 시절의 칠레, 또는 쿠바 등을 방문
하지 않았다. 여왕 방문이 상대국가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한다는 뜻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왕은 외국 공식방문을
1년에 2개국으로 제한하고 있다.
(* 버킹엄궁(영국 런던)=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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