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김일성 별장지기가 평양 고위층만 즐기던 냉면 맛을 전해드립니
다.".

지난 87년 3월 루마니아를 거쳐 자유를 찾아온 전 북한 문화예술부
미술창작사 김동춘(56)씨와 4년 앞선 83년 5월 중동부전선 휴전선을 넘
어 귀순한 전 북한군 대위 신중철(56)씨.

한때 김일성의 자모산별장 관리과장으로 지냈던 김씨가 북한 특권층

인사들만 즐기던 냉면 체인사업을 시작하며 신씨와 손을 잡았다. 이들

은 사선을 넘은 자유의 동지이자 20년 죽마고우 사이.

"함경북도 샛별군 청계리 마을에서 같이 자라 인민학교, 중-고교 동
창생으로 지낸 절친한 사이였죠. TV를 보다가 우연히 이 친구를 발견하
고 깜짝 놀랐습니다."(김동춘씨)
"북한에선 귀순이 일체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에 아무도 저의 귀순사
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동춘이와 남한에서 같이 사업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신중철씨).

김씨가 귀순한 1년 뒤인 88년, 김씨의 동생 창화씨도 형을 찾아 두
만강을 넘어 중국을 통해 자유의 품에 안겼다. 이 세 사람이 최근 남한
땅에서 냉면사업을 시작하며,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
인회사가 ㈜성공. 김씨가 회장, 신씨가 부회장, 김씨 동생이 부장을 맡
은 작은 회사다.

"김 부자가 즐겨 북에서 '일성 랭면'이라고도 하는 이 냉면 맛과 영
양 비결은 남미식물 '야콘'이죠.".

야콘은 김일성의 장수와 건강관리를 위해 북한 해외공관들이 60∼70
년대 전세계를 뒤져 찾아냈던 식물중 하나라고 한다. 땅속 식물로 고구
마처럼 생긴 모습에 식이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작물.

야콘을 강화도 등 농가에 위탁재배-수확한 뒤 짜낸 생즙을 우리밀과
혼합해 면을 만들고, 냉면육수에는 물과 조미료 대신 이 생즙만을 넣는
다.

그러나 사업이 그동안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자본주의에 익
숙지 못한 대부분 귀순자들이 그렇듯, 이들도 남한사정에 어두워 회사
건물을 경매당하는 실패도 있었다는 것.

세 사람은 요즘 또 색다른 작업에 몰두해 있다. 한해 수십만t에 달
하는 폐비닐을 이용, 휘발유-디젤유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미 기계장치
의 특허를얻은 상태이고 7월쯤 경남 함안에 조그만 공장도 차린다는 것.

"자신의 힘으로 번듯하게 성공한 귀순자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갑
자기 다가올 통일때 북한난민도 돕고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