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청순하고 가녀린 이미지를 보여주는 명세빈
은 뜻밖에 독한 면이 있다. 97년 '초코하임' CF에선 머리를 빡빡 밀었
다. 백혈병걸린 친구를 위로하는 역할이었다. 그해 말 영화 '남자의 향
기'촬영을 앞두곤 생이빨을 2개나 뽑았다. 덧니가 멜로물인 극중 여주
인공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청순한 이미지를 꼭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면적
으로는 강단있는 인물 연기를 하고 싶어요." KBS 2TV 주말드라마 '종이
학'에서 카레이서 은학(류시원)을 사랑하는 나현역이 그렇다. 대개 남
자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던 과거 배역들과 달리, 나현은 은학을 적
극적으로 쫓아다닌다.
명세빈은 눈에 확 띨만큼 요란스런 미모가 아니다. 오히려 길섶에
이슬 머금고 숨어있는 들꽃처럼 풋풋하고 수줍다. '무공해 미인'이라고
할까. 군인 설문조사에선 늘 '고무신 꺽어신을 것 같지 않은 연인' '편
지답장 잘 써줄 것 같은 애인'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명세빈은 인기와 유명세에 비해 연기 경력은 짧다. 영화 1편과 드라
마 2편이 전부다. 그래서 아직 자기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
다. "'종이학' 작가 선생님이 쇼핑하다가 갑자기 대성통곡하는 연기를
할수 있냐고 주문한 적이 있어요. 머리로는 그려지는데, 표현이 맘대로
안돼 안타까웠어요.".
그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다. 96년 가수 신승훈 뮤직비디오에 출
연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일년 동안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
다. 97년 KBS '수퍼 선데이'에선 겨우 대사 몇마디 하는 들러리를 몇달
동안 했다. 그나마 대사에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며 구박을 받았다. 그
는 당시 기억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첫 출발
은 우연이 많이 작용하지만, 그 이후 자기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어요. 결코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를 다니다가 바쁜 스케줄 탓에 휴학했던 그
는 이번 학기 4학년에 복학했다. 학교 홍보모델을 한 덕분에 "언니따라
그학교에 지원하고 싶다"는 편지도 종종 받는다. 최근 영화 '북경반점'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을 끝낸 그는 "경력이 쌓이면 퇴폐적 배역도 꼭
해보고 싶다"고 욕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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