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한 판 바둑의 승패란 수읽기 실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담력, 기세 등 당일의 감성적 컨디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운
도 상당한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이 바둑은 루이나이웨이의 호전적,역
전형의 특질이 100% 발휘된 반면, 조심성이 남다른 안조영이 초반 뜻하
지 않은 착각으로 지옥 길을 달린 불가사의한 일국이었다.
우세하면 조심하는 게 프로 바둑의 생리인데 루이는 오히려 갈수록
전진스텝을 밟았다. 카운터 펀치를 허용치 않고 승리를 지켜낸 것은 실
력이지만 동시에 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흑이 127로 128에 두었더라면
백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막판 169를 두어야만 완생이란 것도 흑
의 불운이다. 만약 백 `가'가 성립지 않는다면 169로 젖혀 이 흑대마
가 패가 되는데, 이것은 상중앙 패가 남아있어 역시 승패 불명이었다.
종국 시점에서 집 차는 얼마쯤 될까. 덤 6집 반이 없으면 백중한 계
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상사. 루이 구단의 한국
행이 결정됨으로써 앞으로 둘 간의 재대결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
다. 도전자 군에 발을 들여놓은 안조영과, 세계 여류 최강으로 군림중
인 루이의 위상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근래 보기 드물었던 화끈한 난
타전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 두 기사의 앞날을 축복한다. 내일부터는
결승 1국을 게재한다. (114…81, 150 156 162 168 174 180…144, 153 159
165 171 177 187…143의 곳, 206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6분, 흑 2시간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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