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신 소설가 현기영(58)씨는 요즘 여러차례 귀향의 꿈을 꾼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향 연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그
동안의 서울 생활이란 부질없이 허비해버린 세월처럼 여겨진다. 저 바다
앞에서면, 궁극적으로는 내가 실패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내가 떠
난 곳이 변경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라고 저 바다는 일깨워준다. 나는
한시적이고, 저 바다는 영원한 것이므로. 그리하여 나는 그 영원의 말씀
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모태로 돌아가는 순환의 도정에 있는 것이다.'.

현씨가 최근 펴낸 장편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실천문학사) 마지
막 부분이다. 창작집 '마지막 테우리' 이후 5년만의 신작 발표다. 그동
안 그는 '지상에…'를 놓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유년 시절 이후 성
장기 추억의 거울에 비친 자신을 찾아가는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이었다.

노환으로 숨을 거둔 아버지의 몸을 깨끗이 닦는 장년의 '나'는 제 존
재의 근원을 확인하면서 죽음의 실체도 체감한다. 그같은 실존적 회귀는
고향땅 제주도의 현대사와 맞물려있다. 유년 시절 겪은 제주 4.3의 비극,
전쟁의 흔적이 남았던 청소년기, 탈현실의 통로로 문학을 선택했던 문학
청년기 등등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대표 단편 '순이 삼촌' 등을 통해 줄곧 제주도 역사를 천착했던 현기
영 문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밀도 높은 서정
적문체의 미학을 보여준다.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성장시절아버지가 생존하면서도 아버지가 없는 상황이 내 문학에 큰 영
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