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경북 점촌읍. 초등학교에 다니던 소녀는 틈만나면 만화가게로 달
려가 철사줄에 달려있는 만화책을 뽑아들었다.

집안형편은 어려웠고 만화는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90년 그녀는
연대 국문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려 했다.

그때 그녀를 아꼈던 국사선생님은 대

학 등록금과 한달치 생활비를 대주며 독려했다. 이후 4년간 그녀는 아르

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였지만, 학생회 활동까지

하며 치열하게 살아나갔다. 대학 졸업뒤 그녀는 학원 논술강사로 뛰어들

었고 산본 학원가에서 그녀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큰 돈을 만지게 됐을

무렵, 5년간의 학원강사 생활을 청산했다. 그리고 매니아를 위한 만화잡

지 'OZ'의 발행인 겸 편집인 겸 취재기자로 변신했다. 더 늦기전에 좋아

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올해 스물 여덟 남선경씨. 통장의 잔고는 차츰 줄어가지만 요즘 그녀
는 행복하다. 지난해 12월 창간한 'OZ'가 이번달부터 발행부수를 1만부로
늘렸기 때문이다.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거라는 생각을 깨보고 싶었습니다. 남들은 모
두 저에게 '미쳤다'고 했죠. IMF시대에 잘 나가던 학원강사를 때려치우고
돈 안될게 뻔한 잡지를 창간한다니. 그것도 매니아를 위한 만화잡지. 광
고는 거의 없고 어느때는 평론과 리뷰가 만화보다 많은. 하지만 창간 세
달이 넘어가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만화사랑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잡지사에서 그녀는 1인5역이다. 돈을 대는 발행인에서 기획, 취재, 편
집,광고도 담당한다. 밤샘은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다
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돈은 벌게
되었지만 제 삶은 피폐해졌죠. 물론 지금은 들어오는 돈은 적고 쏟아붇기
만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저는 미약하나마 만화발전의 토대를 닦고 싶어
요. 지금 중고생들은 학교에 만화동아리 하나는 꼭 있을 만큼 만화를 사
랑합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지하철에서 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만화잡지로 'OZ'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

com *).

◇남선경 훔쳐보기.

▲학력: 연대 국문과 90학번. 입학때만 고등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
고 이후에는 본인이 벌어서 졸업.

▲사무실:서울 서초구 방배동.(02)3481-4243. 마감때마다 편집부장인
남편을 '쪼아대고'있음.

▲수입:창간호 판매대금이 이제야 회수되기 시작.턱없이 모자라는 돈
을 대기 위해 밤에는 학원 시간강사를 뜀.

▲인기:창간땐 5천부 찍었지만 이제는 1만부. 정기 구독자 700여명 돌
파.

▲좌우명:"원하는 일을 선택한 뒤 성공여부는 반반이지만, 선택하지
않고 후회할 가능성은 1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