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의 외교관 A씨는 최근 중국 정부부처와의 접촉과정
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자기와 꾸준히 접
촉하고 정보를 교환하던 몇몇 중국 관료들이 전혀 연락이 안되더라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다른 직원이 받아 "출장 갔다" "교육중이다" "대학에
갔다"면서 연결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관료들이 모두'잘
려서' 현직을 떠나고 없었다. 중국 정부가 행정개혁을 한다는 말은 들
었지만 그것이 바로 옆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 때문에 A
씨는 중국 인맥을 다시 구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
다. 중국의 행정개혁이 소리소문 없는 가운데서도 얼마나 철저하게 이
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지난 5일 중국 9기 전인대 2차회의 개막식에서 주룽지(주용기)총리
가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는 지난해 진행된 행정개혁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1년 사이 국무원 산하 부처는 40개에서 29개로 줄었다. 국무원 부
위원회와 직속 및 업무기구 내에 설치된 사-국급 기구는 2백여개가 사
라졌다. 전체 기구의 25%가 없어진 것이다. 그 결과 국무원 기관 인원
편제는 3만2000명에서 1만6700명으로 무려 47.5%가 축소됐다. 대표적
으로 국내무역부같은 조직은 부가 없어지면서 81%의 인력이 사라졌다.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70%가 줄었다. '혁명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급직의 희생만 강요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솔선수범'이 있
었다. 국무원 부총리는 6명에서 4명으로, 국무위원은 8명에서 5명으로,
부비서장은 10명에서 5명으로 각각 줄었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의 불만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대세임을 설득하고, 이들에게 3년간 기존
의 급여와 주택-의료를 보장하면서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
학 위탁교육이 그중 하나로, 요즘 북경대-청화대-인민대 등 종합대학
들은 이들 재교육생들로 북적댄다. IMF 금융위기를 맞지 않았는데도
중국은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기구축소와 인원감축을 단행하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