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코넬대학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지난 81년 여름이었다.
당시 기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쿠싱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섬머스쿨을 위해 3개월동안 코넬대에서 보냈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아버지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순전히 코넬대학 건축학과에 관심이 있어서 섬머스쿨을 다녔던
것.
코넬대학이 위치한 이타카시는 뉴욕시에서 서북쪽으로 400㎞쯤
가야한다. 87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일반도로로 꺽어들어가야
하는 데 워낙 시골이어서 교통편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게
흠이다. 이타카시에서 2시간정도 더 가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나이애가라 폭포. 학부모들이 코넬에 왔다가 나이애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타카에는 카유가 호수가 있는데, 경관이 워낙 수려하다. 김밥
싸 갖고 호수가에 앉아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하면 그만이다.
기자가 섬머스쿨을 보낼 때 가족과 함께 온 몇몇 한인 학생
선배들이 우리까지 불러 카유가 호수에서 김치를 원껏 먹고 밤새
물을 킨 생각이 아슴프레 하다.
이타카는 워낙 조용한 동네라서 그런지 음주에 관한 법이 철저한
편. 길거리에서 병마개가 열린 술을 마시는 게 불법이다.
코넬대학은 미국 대학중 아마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운 곳중
하나일 것이다. 캠퍼스 북쪽에 있는 호수 주변은 워낙 정글처럼
수풀이 빽빽해 60년대 TV시리즈 타잔을 촬영했던 장소로
애용됐다고 한다. 또 학교 전체가 계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어떤 곳은 깊이가 100m나 돼 그야말로 심산유곡의 분위기가
절로 배어 있었다.
기자의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무더운 여름 친구들과 100m 계곡 아래까지 재미 삼아
내려갔다가 남녀 학생들이 홀랑 벗고 떼지어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문화적 충격이랄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코넬대 학생들이 워낙 자유분방해 그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이 대답하는 바람에
물어보는 사람만 쑥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는 화장실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여학생이 "하이"하면서 샤워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분명 남자
화장실인데 왜 여자가 들어오는가 말이다. 눠던 소변이 절로 딱
끊겼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커튼을 치고 샤워를
했다. 옆에서 샤워하던 남학생에게 태연하게 샴푸 빌려달라는
소리도 함께 하면서. 지금은 흔하지만, 그당시엔 코넬이 맨 처음
남녀간 화장실 벽을 허물었다고 한다. 남녀가 한 화장실에서
용변보고 샤워하는 것이었다. 이후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코넬대학에 이어 남녀 화장실 구분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 확인한 결과 남녀 공용
화장실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역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바람에 묻는 사람만 쑥쓰러웠다.
코넬에 3개월 머무르면서 눈을 뜬 분야가 있었다. 바로
천체물리학자 고칼 세이건박사의 존재를 알게됐다는 점이다.
고칼 세이건 박사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다룬 TV시리즈
[코스모스]로 당시 젊은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인공. 여름 방학이라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사무실에도 가보고, 그의 수제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우주생성의 비밀과 미래학에 눈을 뜨게 됐던 계기가 됐었다.
18년이 지난 이번에는 미국 초일류 대학 취재를 위한
[업무여행]으로 다시 방문하게돼 감회가 남달랐다. 그러나 학교
전체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18년전을 한껏 느길 수는
없었지만 도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기자가 도착한 것은 2월 14일 밤 11시. 코넬대 스테틀러 호텔. 이
호텔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가 직영하는 호텔이었다.
눈발이 흩날렸고, 날씨는 영하를 밑돌았다. "해피
발렌타인"이라고 외치는 도어우먼이 아니었으면 그날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짐가방 두개를
잽싸게 집어들고 호텔 안으로 안내한 그 도어우먼은 사실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학생이었다.
호텔 카운터. 역시 학생들이 손님들의 객실 배정을 책임지고
있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이름을 적고, 신용카드를 건네고.
방번호 762호. 컴퓨터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전화가 있었고,
케이블TV도 있었다. 여느 1급 호텔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없는
건 냉장고뿐.
호텔 바로 옆에 호텔경영학과 건물이 붙어있다. 입구는 다르지만
통로가 연결돼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입구에 가면 태극기를
포함, 45개 국기가 걸려있다. 전세계 체인을 갖는 호텔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호텔 경영학과 건물엔, 강당에서부터
교실, 와인 창고, 도서관, 주방, 음식 실험실 등이 있다.
15일 아침부터 호텔내 반피 레스토랑과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교수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학생을 배출한다." 실무를 강조한다고 교수들이 연구를 안하는
것도 아니다. 교수들은 업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업계 돌아가는 내용을 모르면 실전 교육이
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캐시 엔즈 교수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전략 경영]이라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주는 것. 그리고 업계 최고
관계자를 초청, 심사토록한뒤 우승자에게 상금으로 200달러를
주도록 했다. 최근엔 리조트 콘도 분양권에 대한 프로젝트를
숙제로 내주고, 매리어트 호텔 사장을 초청해 심사토록 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왜 매리어트 호텔 사장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차로 몇시간씩 걸려이 시골동네에 옵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죠.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겁니다. 또 입도선매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모두 자비로 옵니다. 상금도 현찰로 200달러를
준비해옵니다. 세금 안 뗀 빳빳한 돈입니다. 바쁜 사람들이지만,
하루 저녁 스태틀러 호텔에서 묶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교수뿐만 아니라 업계 최고 관계자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훨씬 더 박진감 넘치는 강의가 됩니다. 학생들은
업계 사정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와인학과였다. 별도 학과로 구분돼
있다. 와인 학과장 사무실 바로 옆에는 온도 및 습도 조절이 된
와인 창고가 있었다. 와인을 알아야 에티켓을 알고, 격조 높은
호텔 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학과를 창설했다고 한다.
석사과정 1년인 앤드류 하우드씨(25)는 자칭 와인 전문가. 와인
창고에 들어가 최고 1959년산 2500달러짜리 포도주에서부터
3∼4달러짜리 포도주까지 모르는 게 없다. 명문인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드 매리대학 출신인 그는 뉴욕시 유명 레스토랑에서
포도주 구매 담당역으로 일하다가, 코넬에 들어
왔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5∼6시간 정도 밖에 잘 수 없다고 한다.
공부도 해야하고 조교도 하느라 시간이 모자른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와인 잡지를 빠짐없이 읽어야한다는 것. 역시
업계 사정을 모르면 뒤쳐진다는 강박관념같은 게 느껴졌다.
돈 비숍 학생부처장은 호텔경영학과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호텔경영학과에 대한 전망은.
"관광 산업이 미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무려
11.2%에 달했다. 1998년에 9499억달러였고, 2000년
1조612억달러, 2010년 1조7146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호텔
경영학 분야는 앞으로도 큰 성장이 예상된다."
--지금 호텔경영학과를 갖고 있는 대학은 어디인가.
"네바다 대학, 미시건 주립대 등 180개 학교가 뒤쫓아왔다. 다른
대학이 호텔경영학과를 설립할 때 주로 코넬대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 했다. 재미 있으니까 잠도
안자면서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하루에 5∼6시간씩 자면서 공부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어느
학생의 말에 공감이 갔다. [TCAB]이나 [호텔 에즈라 코넬]행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만나서 회의하고 토론하고, 밥먹는 게
즐겁다고 한다.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음대 2년을
다니다 코넬로 온 조현아씨(24·4학년)은 "호텔경영학이 좋아서
왔다"면서 "한국과는 모든 게 다르다"고 했다. 강요보다는
자발적으로, 딱딱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이곳 교수들의 강의법과 수업 준비 정도가 한국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얘기였다.
18년전 고교생 시절 느낀 코넬이 [낭만]이었다면 18년이 지난
기자로서 느낀 코넬은 [경쟁력]이었다. (기획취재부 최우석)
◇ 미국의 대학평가기관에서 본 코넬대학
▲호텔경영학 (학부)
①코넬대
②네바다대(라스베가스)
③미시건 주립대
④매사추세츠대(앰허스트)
⑤휴스턴대
자료 : 고먼리포트 10판
▲대학원 1위 (고먼 리포트)
영양학, 농학, 원예학, 식물학, 산업-노동학등.
▲대학 랭킹
①하버드
①프린스턴
①예일
④MIT
④스탠포드
⑥코넬
자료 :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 1998년3월2일
▲엔지니어링 대학원 GRE 수학 평균(800점 만점)
①칼텍 774
②카네기 멜론 762
③MIT 757
④코넬 755
⑤스탠포드 752
자료 :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 1998년3월2일
▲농과대학원
①텍사스 A&M
②코넬
③퍼두
④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
⑤일리노이대
자료 :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 1996년3월10일
▲물리학 (대학원)
①칼텍
①하버드
①MIT
④코넬
④프린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