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가 서울에 돌아온다. "바그너의 그랜드 오페라와 비견될
수준"(백남준)이란 칭찬을 받으며 브로드웨이등 세계 무대를 주름잡은
뮤지컬'명성황후'가 19일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관객
과 다시 만난다.

95년 초연 이래 이어진 208회의 공연을 본 지구인은 모두 20여만명
쯤 된다. 뉴욕공연 때 명성황후로 발탁된 메조 소프라노 이태원이 이
번에도 히로인을 맡으러 서울에 날아왔다. 더블캐스트로 출연하던 이
전과 달리, 이번엔 25차례 공연을 그녀 혼자 맡는다.

왕조도 창업보다 수성이 힘들듯, '명성황후'도 명성을 고스란히 전
하면서 새로움을 덧붙이는게 숙제. '떠오르는 무대'로 일본의 암살 음
모장면과 태평한 조선궁정을 한눈에 위-아래로 대조시키는 새로운 스
펙터클이 추가된다. 주연배우 이태원에겐 노래와 연기를 더 무르익게
다듬는 일이 과제다. 그는 "처음 명성황후를 맡을땐 작품을 따라가느
라 바빴지만 이젠 다르다"고 했다.

"역사의 격랑 앞에선 여성이 내면에 품었을 감정을 이젠 노래에 실
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엔 연기란 관객쪽을 보면서 하는 것인줄로
만 알았는데 돌아선 뒷모습에도 느낌을 담아낼수 있음을 깨닫게 됐어
요.".

15살때 미국 건너가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연습 틈틈이 함
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 노래를 지도할 정도의 성악가이자 공연땐 팬
들 사인공세에 시달려 손에 물집이 잡혔던 스타다. 그런데도 치렁치렁
한 궁중복을 벗어낸 그녀의 어디에서도 눈부심이나 엄숙함은 온데간데
없이 털털하고 활달한 젊은 여성의 모습만 남는다.

성악가들은 목을 아끼려 평소엔 말도 소곤소곤 한다지만, 이태원은
"마음껏 수다떨고, 목청에 나쁘다는 커피도 잘 마시고, 트로트 팝송도
신나게 부른다"고 했다. 미국서 고등학교 졸업반땐 미육군사관학교 진
학을 지망했었고, 지금 취미는 각종 칼 수집이다. 친구들이 "얘 황후
맞아?"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선머슴같은 활달함과 건강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뮤지컬 연기엔 제격인것 같다.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대를 앞서살았던 명성황후 이미지와도 썩 어울린다. 이태원은 "나는
조선 왕족은 아니지만 연안이씨 양반 가문"이라며 "아마 내가 조선시
대에 태어났으면 황후감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는 살아온 날들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보냈다. 명성황후에 관해
서는 국사교과서에 나온 정도만 알던 그는 "장구같은 전통악기도 배우
면서 한국의 혼을 내 몸안에 좀더 쌓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 김명환기자mhkim@chosun com *).
<4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문의-예약 (02)761-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