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는 '고문석'이 있다.

2층 A열과 E열 14번에서 42번 좌석. 의자와 앞 칸막이벽 사이가 15㎝
내외. 키 162㎝인 기자가 앉으면 무릎까지는 가까스로 구겨 넣을 수 있
지만 발은 까치발을 해야 한다. 발 놓을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남
자들은 으례 양다리를 벌려앉고(옆사람에겐 무척 괴로운 일이다), 신세
대 키 큰 여성들은 모두 허리를 비틀어 돌리고 앉아있다. '남자 넌센스'
공연이 한창인요즘, 운 나쁘게 이 자리 배정받은 젊은 관객들은 꼬박 두
시간동안 온몸을 꼬다 나온다. 동양 최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예술의
전당 극장 치곤 영 멋적다.

토월극장 내부는 나무 패널로 장식 마감했다. 문제의 고문석 역시 나
무로 금속 난간을 싸놓았다. 나무판 장식만 떼어버려도 앞 의자 등받이
뒤로 발부리를 밀어넣을 수 있다. 앞 좌석을 걷어찰 걱정은 접어두자. B,
C, D열역시 계단식이지만 그런 '방패'는 없다. 국내 최고 건축가의 손에
서 태어난 최고의 극장에서 장식이 기능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난다. 문
연지 10년이 되도록 아무도 손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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