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 70여 가구가 모여사는 압현마을 앞. 논
한가운데 방치된 비닐하우스 1동이 흉물스럽다.

450평짜리 하우스 입구엔 4500ℓ 용량의 기름탱크가 녹이 쓴 채 나
뒹굴고 있고, 안에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열풍기와 의자가 잡초와
뒤엉켜 있었다. 인근 농민은 "자기 빚을 안은 상태에서 보증을 서준 2
명의 농민이 달아나는 바람에 지난해 가을 뒤따라 도주한 홍모(38)씨
의 비닐하우스"라고 설명했다.

마을길을 들어서자 폐가나 다름없는 슬레이트집 1채가 눈에 보였
다. 97년말 가족을 데리고 야반도주한 주모(34)씨의 집이라는 게 이웃
의 설명이다.

본채로 들어서자 도주 당시 급했던 상황을 말해주듯 옷가지들이 흩
어져 있었고, 아이들 방 책상 위에는 초등학생용 교과서와 곰인형 등
이 널려 있었다. 한 주민은 "고추 등을 재배하던 주씨가 자금마련을
위해 사채 등을 끌어썼다 빚을 못 갚자 달아났다"고 말했다.

"주씨에게 보증을 섰다가 주씨가 달아나는 바람에 1000만원을 대신
갚아줬다"는 이장 유학식(41)씨는 "자신의 빚 외에도 보증서준 사람이
달아나는 바람에 고통 겪는 주민이 20여 농가에 이른다"고 말했다.

주민 전봉수(37)씨는 5000만원이 넘는 빚을 안고 있으나 보증서준
농민이 달아나 지난해 가을 1000만원을 다시 떠안았다. 전씨는 "자신
도 대출받기 위해 서로 보증을 서주는 '어깨보증'이 대부분인데다 개
인당 대출이 1건에 그치지 않아 1명이 달아나면 7∼8명은 쉽게 물린다"
며 "자기 빚에다가 남의 빚까지 떠안게 된 개인은 물론 마을 전체가
엄청난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진주농민회 강삼규(36) 사무국장은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해 2년여
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도주한 농민이 압사리에서만 7∼8명에 이른다"
며 "이전엔 꾼 돈을 갚기 위해 빚을 끌어다쓸 수는 있었으나 IMF 이후
에는 누적된 빚과 연대보증으로 인한 피해발생 등으로 농촌이 신용공
황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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