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림바 드럼 봉고 탐탐…. 리듬용부터 선율용까지, 크고 작은 타악기
빼곡한 무대부터 객석을 압도한다. 조명이 밝아지면서 미모의 여성 연주
자가 무대로 나온다. 놀랍게도 맨발이다. 둥둥 두둥둥…. 신명난 타악기
울림은 연주장을 휘돌아 청중의 심장을 두드린다. 빼어난 미모와 음악성,
카리스마적 연주로 듣는이의 혼을 빼놓는 이 연주자가 청각장애자임을
알고, 객석은 경악한다.
이블린 글레니(34). BMG클래식스 CD로 낯익은, 세계최고 타악기 연주
자가 첫 내한연주회를 1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서 한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
까. 그는 이런 물음을 갖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스코틀랜드 에버딘에서 태어난 글레니는 런던 왕립음악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12살때 열병끝에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귀는 닫혀도 음악을
포기할순 없었다. 소리 진동을 피부(촉각)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반복했
다. 마침내 타악기를 잡았다. 세상을 두드렸다. 기적처럼 음악이 열리고
세상이 열렸다. 지휘자 솔티, 피아니스트 페라이어와 협연한 '바르토크
소나타' 녹음은 88년 그래미상을 글레니에게 안겼다. 이듬해 런던 프롬
스음악제 사상 최초로 타악기 독주회를 했고, 뉴욕필하모닉 보스톤심포
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연속 협연했다.
글레니의 인간승리 앞에 왕립음악원은 재학생 최고상, 런던심포니 재
단은 골드메달을 헌상했다. 음반지 '그라모폰'도 91년 '올해 음악가'로
글레니를 뽑았다. BMG클래식 레이블로 낸 CD도 베스트 셀러로 날개를 달
았다. 글레니는 영혼도 아름답다. 국제 청각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아, 장
애인복지-장학사업에도 열심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소프
라노 키리테 카나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가 글레니를 돕고
있다. 이번 내한연주도 개런티 한푼 받지않고, 공연수익금 전액을 한국
장애아동 후원금으로 낸다. 4.5t에 이르는 갖가지 타악기로 슈반트너'빌
라서티즈', 스티븐슨 '리드믹 카프리스' 등을 연주한다. (02)543-5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