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정예에 철저한 실기교육…감독·촬영등 각분야 인재 배출 ##.

♧ 최근 영화진흥공사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인 감독들이 한
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만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
독을 비롯,4명의 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데뷔작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
서는 이영재감독의 '내 마음의 풍금'을 필두로 많은 감독들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지난 84년 문을 연 이래 올 2월 졸업생 17명을 포함, 현재까지 191명
을 배출한 영화아카데미가 한국 영화계의 최고 엘리트 집단임을 입증하
고있는 셈이다.

지난 한해 동안 데뷔한 감독은 총 16명. 이중 '8월의 크리스마스' 허
진호(9기),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5기), '정사'의 이재용(7기),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4기) 등이 모두 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이
작품들은 '데뷔작이 곧 은퇴작'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하고 있는 우
리영화계에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

40만의 관객을 모은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영화로서는 두번째로
칸영화제 '국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고, 28회 영평상에서 작품상 감독
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영화다. 아카데미 출
신 첫 여성감독으로 기록된 이정향(35) 감독은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시
나리오도 직접 썼다.

최근 선보인 '내 마음의 풍경'은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총각 선생을
짝사랑하는 17세 늦깎이 초등학생의 얘기로 3기 이영재 감독의 첫 작
품. 이 외에 2기 민병관, 8기 박흥식, 9기 김영호, 11기 봉준호씨 등이
각각 데뷔를 준비중이다. 또 '정사'의 이재용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졸
업작품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를 제작, 주목을 받았던 변혁(7기) 감독
은 장편 극영화 '인터뷰'를 연출할 예정이다.

촬영 분야에서도 '퇴마록' '쉬리'의 박현철(3기), '아름다운 시절'
'태양은 없다'의 김형구(4기), '미술관 옆 동물원'의 조용규(11기) 등이
개성있는 촬영기법으로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촬영분야
또한 "이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응용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구
파들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유지나 동국대 교수는 1기 수
석 입학생으로, 역시 필봉을 휘두르고 있는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
상원 교수와 동기다.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졸업생 대부
분이 단편영화 작업 중이거나 영화진흥공사, 국립영화제작소, 영화사기
획실 등 영화계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영화 중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영화아카데미의 강점은 무엇보
다 졸업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영화제작 기술 습득 위주의 교과과
정. 96년이후 6개월이 늘어난 1년 6개월의 과정 동안 총 1830시간의 교
육시간중 실습이 1470시간으로 배정돼 있다.

또 다른 강점은 지원자들의 높은 자질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 16기
신입생 모집에는 18명 정원에 214명이 지원했고, 최종 합격자의 절반 정
도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이, 학부 생활의 반쯤은 영화에 미쳐 살았
던 일류대 학사 출신들이었다.

90년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로 데뷔, 파리에서 수
학한 황규덕(1기) 감독은 "소수 정예였던 점이 가장 좋았다"며 "시나리
오 하나 쓸 때에도 하숙방에 10명이 모여 보름씩 날밤을 새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참신한 시각과 실험 정신으로 과감한 연출 기법을 시도하며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켜온 영화아카데미지만 지난 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
원이 설립된 후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도 하다. 영상원이 아카데미와는
비교도 안될 인적·경제적 예산의 뒷받침을 받으며 4년이라는 충분한 기
간동안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

아카데미는 현재 주임교수 1명이 36명으로 늘어난 학생들을 상대하고
있다. 1 대 1 개인 레슨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기자재도 형편없이
부족하고 낡아, 16㎜ 필름 작업용 카메라인 독일 아리플렉스 카메라는 84
년 개원 때 구입한 2대를 여전히 쓰고 있으며 그나마 1대는 몇년째 수리
중이다.

주임교수를 맡고있는 황 감독은 "교수층이나 기자재 면에서 영상원이
정규 육사라면 아카데미는 말단 소총부대인 셈"이라며 "열정과 재능으로
뭉친 학생들을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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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의 이재용 감독
"교육기간 늘리고 예산 지원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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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관객을 동원한 '정사'의 이재용(34) 감독은 "영화아카데미가 아
니었다면 영화판에 뛰어들 엄두를 못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당시 막연한 자세로 충무로의 전통적 도제 시스템에 뛰어들었
다면 그 밑바닥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을지 자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영화를 제 손으로 만들어본 이 감독
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동료들과 시나리오, 조명, 촬영, 편집 등 모든
경험을 해봄으로써 짧은 기간을 통해 영화를 보는 시각을 비약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광수 배창호 박철수 감독과 안성기 장미희씨 등이 한번씩은 다녀갔
고, 또 고 유영길 촬영감독, 차종남 촬영감독 등 당시 최고 대가들로부
터 직접 배울 수 있었던 점도 기억에 새롭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동기생 변혁과 함께 만든 '호모 비디오쿠스'(91년)는 영
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번에 모으며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의 최우수 단
편영화상, 단편영화제의 '칸'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클레르몽 페랑 국제
단편영화제의 최우수 창작상과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보통 밖에서 단편영화 하나 만들려면 최소한 1000만원에 수개월이
걸리는 현실에서 1년만에 수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환상적'
이었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다만 "영화진흥공사라는 국가단체에서 관리하다보니 영화 소재를 비
롯한 제작 과정이나 예산 문제 등에서 관료주의의 벽을 어쩔 수 없이 느
끼기도 했다"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화의 속성이 좀
더 이해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1년은 충분히 실습하기에 너무 짧
았다"며 "가능하다면 2∼3년으로 교육과정을 늘리고 충분한 예산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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