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에는 쉬리가 없다. 맑은 물에 사는 이 토종 물고기는 이 화제
영화에 작전 암호로만 등장할 뿐 출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TV에는 쉬리
가 있다.
KBS 1TV 자연 다큐멘터리 '동강'(3월3일 밤10시) 촬영팀은 강원도 영
월 동강에서 쉬리 떼를 포착했다. 검정색 줄무늬 지느러미가 아름다운
쉬리 수백마리가 몰려다니는 장관이다. 비무장지대에만 서식하는 것으
로 알려진 '쉬리'가 많다는 것은 동강이 그만큼 깨끗함을 말해준다. 촬
영팀이 댐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동강의 신비를 담다가 뜻밖에 거둔
수확이다.
그뿐 아니라 '동강' 다큐멘터리에서 핵심은 '수중 건축가'로 이름난
천연기념물 259호 어름치다. 촬영팀은 길이 30∼40㎝ 어름치가 입으로
돌을 물거나, 주둥이로 밀어 물속에 높이 20∼30㎝, 가로 30㎝, 세로
60㎝돌 탑을 쌓는 진귀한 장면을 포착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NHK
도 촬영하지 못한 비경이라 한다.
어름치가 산란 후 한차례 탑을 쌓는 게 아니라, 돌을 덮고 그위에 알
을 낳는 식으로 5층까지 탑을 쌓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어름치가 돌
탑을 견고하게 쌓으려고 돌 사이로 모래까지 뿌리는 장면도 잡았다. 촬
영팀은 산란탑 안에 내시경을 넣어 알이 부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
았다.
겨울 철새로 알려진 비오리가 동강에서 텃새로 자리잡았음도 확인했
다. 밤새 알에서 깨어난 비오리 새끼 10마리는 새벽 어스름에 어미를
따라 50m 넘는 절벽에서 강으로 뛰어내렸다.
제작을 맡은 안희구 PD는 섬진강과 북한강을 비롯한 강 주변 생태계
를 담아왔다. 그는 작년 3월부터 1년간 동강 상류 정선읍부터 하류 영
월읍까지 51㎞를 샅샅이 훑었다. 사람 접근을 허락하지않는 험로가 많
아 산악 지프와 보트로 겨우 접근했다.
동강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동굴 용천수도 포착했다. 촬영팀이 눈으
로 확인한 것만 30곳이 넘는다고 했다. "동강 주변에는 동굴이 200개
넘습니다. 강과 연결된 곳도 많아 댐 건설로 강물 수압이 높아지면 강
물이 역류하면서 굴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안 PD는 "댐이 건설되면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자연 생태계 보고가 없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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