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된 '남자 넌센스' 무대에 서고 있는 한국 뮤지컬 간판스
타 남경주(34)는 '뮤지컬에 새로 눈뜨는' 중이다. 잘생긴 남자배우가
치렁치렁 수녀복을 걸치고 코믹 연기에 도전해서만은 아니다. 연기
13년만에 연출자로 데뷔해 한 무대를 통째로 짊어져 보는 첫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경주는 뮤지컬 심장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보컬과 탭 댄스 수

업을 1년간 쌓고 최근 돌아왔다. 돌아온 남경주의 첫작품이 코믹 뮤

지컬이란 것은 의외였다. 남경주 자신도 그랬다.

"팬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망설였어요. 그러나 이내 마음을 바
꿨어요. 남들 시선, 겉모습에 치중하는건 배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
죠.".

히트뮤지컬 '넌센스'의 남자판인 '남자 넌센스'를 만들면서, 남경
주는 배우 출신 연출가의 장-단점을 두루 겪었다. 그는 배우들 속사
정을 구석구석 보살필 줄 아는 연출자로 다섯 선-후배들 연기의 중심
을 잡아줬다. 그러나 정작 남경주를 잡아줄 사람은 없었다. 연극 선
배 송영창이 공연을 보고 말했다.

"경주야. 무대에서 남자수녀 로버트 앤은 안 보이고 남경주만 보
일 때가 있더라.".

뜨끔한 한 마디였다. 남경주는 "늘 무대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갈
채를 받던 습관이 몸에 밴 게 아닌가, 관객들 반응에 들떠 오버 액팅
하다 다섯 배우들 앙상블을 깨지는 않았나 반성했다"고 말했다.'나를
버리고 배역 안으로 들어가는게 배우 첫 걸음'이란 가르침을 얻은 건
귀한 소득이었다. 얻은 것은 또 있다. 해석 깊이에 따라 작품에 숨은
맛은 새록새록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남자넌센스'를 그저 웃기는 오
락극으로만 알았던 남경주는 이 속에 인간성의 다양한 측면을 깨닫는
재미가 있음을 알았다.

"가령 제가 맡은 로버트 앤은 사고뭉치 같지만 의외로 남에게 헌
신적이고, 사관수녀는 겉으론 엄해도 마음 안쪽엔 늘 깊은 배려가 있
습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인간의 전형들을 공감있게 드러내지 않습니
까.".

뉴욕 유학의 수확일까, 남경주는 훨씬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그는
"기대 없이 입에 넣은 음식 한 젓가락에서 잃었던 입맛을 되찾듯, 사
는 게 무료해 웃어나 보자고 왔던 관객들이 이런 재미까지 발견할 수
있다면 연출 초년생으로선 큰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1일까
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문의 (02) 562-1919.
(* 김명환기자·mh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