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자에 대한 정신적 성폭행'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던 소설이
무대에 올려져서는 여성 관객들 손수건을 적시게 만들고 있다. 이문
열의 '선택'을 서울 진오귀굿 형식으로 극화한 극단 현빈의 연극
'선택' .극단 대표인 배우 김일우씨가 연출을, 부인 이용이씨가 각
색을 맡은 이 부부합작 무대는 작년 6월 초연에 이어 지난 5일 3번
째 공연을 개막했다.
이용이씨는 무대의 버팀목인 큰만신, 남편 김씨는 저승사자로 출
연한다. 두번째 공연 땐 이용이씨 1인극으로 시도하더니 이번엔 출
연진을 11명으로 늘려 작품을 깎고 다듬었다.
연극 '선택'은 4백년전 실존인물인 안동 장씨부인(1598∼1681)이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전하는 '여성과 사람의 미덕'을 굿놀이 형
식을 통해 설파한다. 10일 저녁 문예회관 소극장. 들어서자 향내음
이 코끝에 진하다. 공연장이라기보다 굿판이다. 무대 가운데 차려진
젯상복판엔 '안동장씨신위' 지방이 놓였다. 조명도 꺼지지 않은 객
석을 향해 큰 만신(이용이)이 말을 건넨다. "날씨도 추운데 오시느
라 고생했소. 4백년전 장씨 부인 혼신이 잘 들어오실지 걱정이 앞서
니 앞에 앉은 우리 가족분들 많이들 도와주시면 잘 될 것 같소…".
북 장고 해금등 연주로 부정(부정)을 쫓는 '앞판'으로 시작한 무
대는 '조상거리''신장거리''새남거리''도령돌기'등 다섯마당으로 이
어진다.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진오기굿 형식
속엔 장씨부인의 당부가 자연스레 얹힌다. 생명과 모성의 가치를 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간이라는 삼재사상을 이야기하며,
재물에 대한 탐욕을 꾸짖는다. '이혼의 경력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
에 걸고, 남성들의 위선과 이기와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라고 했던 원작의 신랄한 부분들은 '작품 초점을 인류 구원 쪽에 두
기 위해' 생략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어울려서, 더불어서 사는
거 아니야"라며 이용이씨가 진짜 무당 뺨치는 구성진 소리를 해대면
맞장구와 박수가 나온다. 관객들과 떡도 나눠먹고 함께 춤도춘다.큰
만신이 물기 촉촉한 눈매로 후손과 관객들에게 보내는 장씨부인의
마지막 당부를 전할땐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들을 꺼냈다. 김일우씨
는 "그리스 비극이 신을 위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유래했듯, 신명
속에 신과 인간이 만나는 굿판을 우리 극의 원형질로서 탐구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21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 평일 저녁 7
시, 토-일요일 4시-7시. 문의 (02)764-6010.
(* 김명환기자·mh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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