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흔히 극에 비유한다.
그러니 배우야말로 수많은
인생을 살아내며 불멸과
편재을 꿈꿀 수 있는
존재다. 30년동안 다양한 삶을
변주하면서도 한국인의
영원한 어머니상이 된
김혜자.

영화
[마요네즈]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기적이고
천박하며 나약한 영화속 어머니
모습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김혜자가 연기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을 받아 읽자니

재미있으면서도 무척 슬펐어요.

촬영에 들어간 게 작년

11월이지만, 이미 3월부터 그

여자가 내 머리에 들어

앉아있었어요. 나는 서서히 그

여자가 돼갔어요." [만추] 이후

17년만에 출연한 영화이지만

그는 블랙홀처럼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선을 빨아들이며

객석을 압도했다.

커피 마시는
몸짓에서 걷는 스타일까지, 그가
창조해낸 인물의 생생함은 관객
저마다 기억속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부렸다.
"나도 내가 그렇게 걸을줄
몰랐어요.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 거죠. 이젠 그 여자를 잊고
싶어요."

그는 [마요네즈]의
어머니가 "감성이 무척 발달한
여자이고 사랑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엄마에게
마요네즈는 머리에 바르는
미용품이었지만, 딸에겐 먹는
것이었지요. 애증에 시달리는
모녀는 각각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른 범주에서 살아갔을
뿐이예요."

[마요네즈]에서와 달리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뿐더러 실제
어머니로서, 또 딸로서 "아무
갈등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직접 겪은 일이라고 더 잘하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배우에겐 상상이 중요할
거예요." 그에게서 피어나는
웃음을 보면 행복이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행복은 질투 대상이
아니라, 보는 이에게 전염되고
나눠지는 것이니 아름답다.
연기자 김혜자는 관객이 한눈
파는 것을 용납 않는
독재자이지만, 정작 실제 모습은
젊어지는 샘물을 마신 영원한
소녀같다. 줄곧 "∼어요"로
끝내는 말투, 반짝이는 눈과
가지런한 치열을 보면 그에게
시간은 정지한 것 같다.

"아직도 연기가 뭔지
모르겠어요. 내가 좋으니까 하는
건데, 보는 분들도 좋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고유명사
[김혜자]는 각자 가슴속 애증과
회한, 그리움과 사랑을 길어내며
보통명사 [어머니]가 됐다.

(* 이동진기자·dj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