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청원도 대통령의 집행의지 못꺾어 ##.
"교황 말씀이라도 거역할 수 밖에 없다. 10살바기 의붓딸을 상습추행
한 성폭행범은 사형에 처해 마땅하다.".
필리핀의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5일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한
사형수의 처형을 강행한다. 문제의 죄수는 지난 94년 최소한 다섯차례
양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페인트공 레오 에체거라이(38). 필리핀
은 87년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나,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94년 다시 도입,
에체거라이는 23년만에 첫 사형집행 대상이 됐다.
당초 지난달 4일 형이 집행될 예정이었으나, 불과 3시간 전 대법원이
사형제 부활 위헌여부 판정을 의회에 의뢰하면서 6개월간 연기됐다. 그
러나 정작 국회의원들은 재고의 여지도 없다며 안건 상정조차 거부, 사
형집행이 앞당겨지게 됐다.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에체거라이는 교황청에 청원서를 냈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대통령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
고, 실제 바티칸은 그의 청을 들어줬다. 유럽연합(EU), 캐나다, 국제사
면위원회(AI) 등 외국정부와 인권단체들의 사형 반대 성명도 잇따랐다.
마침 지난주 교황 뜻을 존중한 미 미주리주 정부가 한 사형수를 종신형
으로 감형해준사례도 전해졌다.
하지만,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단호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
통령으로서 어린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에체거라이는 이 세상과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형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
다"는 주장이다. 실제 필리핀에선 지난해 성폭행 사건만 전년 대비 4%가
늘어난 3,031건에 달하는 등 중범죄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에체거라이 사건은 23년만의 사형 집행이고, 올해 15세 된 딸이 의붓
아버지 사형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비'
라는 이름의 소녀는 지난달초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그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달라"고 흐느꼈다. 에스트라다 역시 "피해자를 직접
만나보니 동정심 외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와 인권단체 등 구명운동을 벌이는 국내외 단체들
은 사형 당일 형 집행장소 문틴루파 교도소 주변에서 반대시위와 철야기
도를 벌일 예정이다. 벌써 사형제 반대 노래가 작곡되는가 하면, 음악가
출신 비센테 소토 상원의원은 규탄내용 곡을 발표하는 등 여론도 양분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에선 사형제 부활후 915명이 사형선고를 받
았으며, 올해 8명에 대한 형 집행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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