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체인점 영화마을이 해외 단편영화 수작 6편을 모아 '칸 단편
영화 걸작선'을 냈다. 이 비디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란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73년작 '수업이 끝난 후'. 대사도 거의 없는 이
15분짜리 짤막한 작품은 방과 후 소년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겪는 일들
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사이로' '체리향기'같은 걸작을 쏟아낸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적 뿌
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말해준다.
현존 최고 여자감독 제인 캠피온의 단편 3편도 주목할 만하다. 몇해
전 장편 데뷔작 '스위티'와 함께 국내 상영됐던 9분짜리 '필'은 86년
칸영화제단편영화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자동차 여행을 하던 가족
의 부조리극같은 이야기. 축 늘어진 일상 단면을 움켜쥐듯 잡아낸 뒤
숨결을 불어넣어 잊히지 않는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자전적 경험을 10
대 소녀들 이야기로 녹여낸 '한 소녀 이야기', 10가지 이야기를 화려한
양식실험으로 담은 '열정없는 순간'도 함께 수록했다.
그란 라후드가 쥐와 사냥꾼 대결을 다룬 '노래하는 박제동물', 마르
첼 이바냐가 마을 풍경과 사람들 일상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스케
치하는 '바람'도 빼놓을 수 없다. (02)469-0311(교환103).
(* 이동진기자·dj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