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방 욕실. 샤워하던 여인이 난자당한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
러대는 여자, 범인이 휘두르는 칼, 욕조 배수구로 소용돌이치며 빨려드
는 피….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사이코'(60년), 저 유명한 샤워 신이다.
이 고전을 구스 반 산트가 '감히' 다시 찍었다. 하지만 산트의 '싸
이코'(Psycho·30일 개봉)는 흔한 개작(remake)이 아니라 유례 없는 복
제(reproduce)를 자처하며 히치콕에 머리를 조아린다.
그래도 똑같을 수야 없다. 흑백이 컬러로, 시대는 98년으로 바뀌었
다. 오프닝을 비롯해 산트는 현대적 촬영 기법을 가미한다. 버나드 허
먼 음악은 대니 엘프먼이 오케스트라 규모만 늘려 재녹음했고, 각본은
조셉 스테파노가 '매우 조금' 손 보면서 다시 썼다.
40년전 모텔주인 노먼 역 앤서니 퍼킨스는 수줍고 음침하며 양성적
인 마마보이였다. 그에 비해 빈스 본은 덩치는 크면서 사근사근하고 덜
사악해 보인다. 샤워 신에서 앤 헤이시는 연약한 재닛 리와 사뭇 다른
이미지를 창출했다.
하긴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부터가 무의미할 지 모르겠다. 어차피
히치콕을 따라잡을 순 없고, 애초부터 흉내를 내기로 작정했다니. 히치
콕이 그랬듯, 산트도 지나치는 행인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흑백 '사이
코'를 보지못한채 '스크림'에 열광하는 세기말 팬도 충분히 즐길 만하
다. 새 '싸이코'는 히치콕이 시대를 초월해 위대함을 말한다.
(* 오태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