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별로 해 본 일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또 하고 나서도 빛이 안나는 일이 집안일이라고 한다. 집안일에는
큰일과 잔일, 낮일과 밤일, 선일과 앉은일, 마른일과 진일이 있다. 잔
일은 자잘구레하여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잔손불림이라고도 하는데,
잔재비는 잔일을 하는 손재주를 가리킨다. 밤일은 밤에 하는 일인데,
밤에하는 중요한 일, 즉방사도 밤일의 한 가지다. 마른일은 바느질이나
길쌈처럼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하는 일이고, 진일은 빨래나 설거지같
이 물을 써서 하는 일인데, 궂은일도 진일이라고 한다. 궂은일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나 초상을 치르는 일을 가리킨다.
아무런 기술이나 연장이 없이 매나니로 하는 것을 건깡깡이라고 하고,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건성으로 대강 하는 것을 어정이라고 한다.그
래서 외양만 차리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어정잡이라고 하는 것
이다. 반대로 무슨 일을 정성껏 하는 손을 살손이라고 하는데, 일을 정
성을 다해 힘껏하는 것을 '살손을 붙인다'고 말한다.
옷을 짓고 건사하는 일도 중요한 집안일이다. 받낳이는 실을 사들여
서 피륙을 짜는 일을 말한다. 옷에 풀을 먹이는 일은 푸새라고 하고,모
시옷이나 베옷을 빨아 푸새를 하여 밟다듬이를 하거나 홍두깨에 올려
손질을 한 뒤다리는 일을 푸쟁이라고 한다. 밟다듬이는 피륙 따위를 밟
아서 구김살이 펴지게 다듬는 일이고, 홍두깨는 다듬잇감을 감아서 다
듬는 길둥근 방망이를 가리킨다. 손치기는 마전한 옷감을 두 사람이 맞
잡고 차곡차곡 겹쳐 접는 일이다.
조바심은 조의 이삭을 떨어 좁쌀을 만드는 일이다. 타작을 뜻하는
바심은 원래 굵은 것을 잘게 만드는 일을 말한다. 콩이나 팥을 맷돌로
갈아바심하는 일은 '타갠다'거나 '탄다'고 말한다. 사래질은 키에 곡식
을 담고 흔들어서 뉘나 싸라기를 골라내는 일인데, 키질을 나타내는 말
에는 사래질 말고도 까붐질, 나비질, 키내림 같은 것들이 있다. 풍구질
은 풍구로 곡식에 섞인 쭉정이나 겨, 먼지를 떠는 일이고, 부뚜질은 부
뚜로 그렇게 하는일이다. 부뚜는 바람을 일으키는 데 쓰이는 돗자리를
말한다.
가축은 알뜰히 매만져 잘 간직하는 일이고, 치레는 잘 매만져서 모양
을 내는 일, 닦달은 손질하고 매만져서 윤기를 내는 일을 말한다. 따라
서 집이나 몸을 매만져서 잘 거두는 일은 집가축·몸가축이고, 집이나
몸을 거두고 꾸미는 일은 집치레·몸치레라고 한다. 화장을 뜻하는 닦
음새는 몸가축이나 몸치레에 속하는 일이다.
집안닦달은 집 속을 깨끗이 치워 내는 일을 가리킨다. 닦달에는 몰아
대서 닦아세운다는 뜻도 있는데, 그래서 몸닦달은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참으면서 받는 훈련, 즉 극기훈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