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모두 국회 파행운영 부담...당장 성사 쉽지않을듯 ##.
김대중대통령이 25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회담 제의에 긍정
반응을 보임으로써 여-야 극한대결 국면에 숨통이 트였다. '단독청
문회'와 '장외투쟁'으로 각각 제 갈길을 가던 여-야간에 대화의 자
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당장 무릎을 맞댈 것같지는 않다. 여당은 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24일 마산집회 등과 관련해 이 총재를 비난했고,
야당역시 "여당이 아직 대화할 자세가 안돼 있다"며 주중 장외투쟁
재개방침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총재회담을 둘러싼 정국의 주도권을 겨냥한 힘겨루
기의 측면이 있는 것이어서 회담을 위한 여-야간 막후접촉은 활발
해질 것으로, 여-야모두 예상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나 여권으로서
는 정국을 계속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고, 야당도 마
냥 장외에만 머물 수는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그동안 여-야 총재회담에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여-야 총재회담의 합의사항도 이행되지 않고 있고, 당장 논의할 의
제도 없다고 말해왔다. 이런 입장을 바꾼데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역감정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정국의 심각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그리고 정국을 풀어야
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들이다.
김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국정현안이 고용불
안에 따른 노사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넘어 지역감정과 얽히면서 정
치쟁점화하는 현상에 강한 우려를 표해왔다. 이를 방치할 경우 편
중 인사시비 문제 등과 뒤섞여 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국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김 대통령은 이미 이건희 삼성,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청와
대로 불러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을 조속히 매듭짓도록 촉
구했다. 경찰청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모두 호남에서 경북인사
로 바꾸고 영남권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지역 문제
를 해결하려는 구상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푸는 열쇠는 정치권이 쥐고 있
다. 여-야 관계가 풀리지 않고는 집권 2차연도를 맞아 김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총화'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김 대통령이 여-야 총
재회담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야당 역시 설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치 복원'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외면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부담이다. 따라서 여-야는 일단 물밑대화를 거쳐 공개적인 국회 정
상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야당의 국회 529호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요구, 경제
청문회의 야당 참여, 지역갈등 문제 등에 대한 여-야간 시각차는
크다. 여-야간 불신의 골도 깊다. 이런 것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여-
야 총재회담은 쉽지 않지만, 여-야는 이미 내부적으로 최종 절충방
향을 내다보면서 투쟁의 속도를 조금씩 조절해가는 분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