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시티(미유타)= 이동진기자】
독립영화계 최대 축제인 선댄스영화제
초반 화제는 다큐멘터리 [섹스, 애너벨
청 이야기(Sex:The Annabel Chong
Story)]에 집중돼있다.

22,23일 이 영화를 상영한 두 극장은
관객들로 터질 듯했다. 2시간전부터
기다리던 사람들도 표가 동나 입장하지
못했다.

고프 루이스 감독과 주인공
애너벨 청에게 들어온 인터뷰 신청이
250건에 이를만큼 언론 관심도
대단하다. 청의 당당한 자기 주장, 그가
출연한 포르노 비디오를 끼워넣은
다큐를 보면서 객석에선 탄성과 탄식이
번갈아 터졌다.

청은 26세 된 싱가포르 출신 유학생.
지난해 남가주대(USC)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포르노 배우로 활동중이다.
학생이던 95년 그는 선정적 쇼
프로그램을 통해 모집한 남자 251명과
10시간 동안 성 관계를 가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청이 번호판을 하나씩
넘겨가며 비디오로 찍은 당시 과정이
다큐에도 등장한다.
다큐는 토크쇼 사회자와 청의 문답으로
시작한다. {왜 10시간동안 251명과
섹스를 했느냐}는 질문에 청은 {한
남자와 10시간 관계하는 것과 251명과
10시간 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청은 포르노 배우를 [불쌍한 희생자]로
여기는 통념에 반발한다. {포르노
출연은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망을
발산하고 내 의지를 관철하는 [정치적
공정](Political Correctness) 수단이다.}

청은 {여성학 공부를 하다 포르노와
포르노 배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 성인영화 감독이 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큐를 보노라면 곳곳에서 그는
매명욕과 허영에 찬 여자, 또는
포르노산업의 전형적 희생자로도
비친다.

영화 [부기 나이츠]의
다큐멘터리판 같은 이 문제작은
포르노와 페미니즘 사이 해묵은 논쟁을
다시 부를 것 같다.

관객 반응은
{무엇이든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선댄스 정신의 실현}이라는 긍정이
짙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제프리
길모어는 {도발적이면서도 무척
지적(지적)}이라며 {다큐멘터리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파크시티(미유타)이동진기자·dj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