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일 방위 협력 '신 가이드라인' 등 준 비상사태 ##.
♧ "1999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일어난다면 정확히 언제
쯤일까?".
지난 1월 4일 주한 일본대사 공관에서 열린 신년식에서 가장 큰 관
심을 모았던 화제는 '조선반도 유사'에 관한 것이었다. 유사라는 말은
'한반도내 전쟁 발발'이란 의미로, 일본 특유의 애매한 표현이다.
신년식에서 일본인들은 99년 한반도가 전쟁에 휘말릴지 여부에 대해
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한가지 점에는 참석한 일본인 거의 모두
같은 입장이었다. 99년 펼쳐질 북한의 행동은 일본의 안전 보장에 심각
한 영향을 줄 것이며, 그러한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일본인들은 북한 핵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 94
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협약이 깨질 경우 일어날 군사충돌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독'으로 상징되는 각종 국내 문제와
함께, 21세기에 펼쳐질 불안한 국외 변수들 때문에 준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해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매스컴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한반
도 위기설은 올들어 일본인들의 집단적 불안 심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선반도 전화, 3월 위기설, 김정일의 세기말 모험, 위기의 전조, 세계
공황의 그림자와 동북아 위기…. 신문, 잡지, 방송에 등장하는 갖가지
기사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와 함께 '이번에는 진짜다'라는 위기 의식을
일본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 패닉 현상이 시작된 것은 북한이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미사일을 발사한 98년 8월 31일이었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은 냉전 이후 동북아권의 안전보장 전략 개념을 완전히
바꾼 전환점이다.
북한 미사일의 위력은 결국 98년 하반기 일본 정치의 구도를 바꾸는
데도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자민당과 자유당 연립정권의 출범은
바로 북한 미사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자자정권'으
로 불리는 두 당의 연합은 97년 9월 24일 마련된 '미·일 방위 협력을
위한 지침서', 즉 신 가이드라인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 가이
드라인이란 90년 소비에트 붕괴 이전 상정했던 미·일 안보체제의 범위
를 일본 본토만이 아닌,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데 큰 특징이 있
다.
이는 한반도 유사문제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96년 4월 미·일
안보 공동성명에서 나온 '한반도의 안정은 미국과 일본 양국에 사활(Vital
)
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는 구절은 그같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증거
다. 결국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 오끼나와 주둔 미군들이 한반도 전선
에 투입될 경우 일본이 어떻게 미군을 돕는가'라는 것이 신가이드라인
성립의 1차 목적인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를 가정한 신 가이드라인 문제는 그동안 일본정
치인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안보에 관련된 문제는 헌법개
정 논의를 불러 일으키는 한편 시민운동단체의 반발을 초래, 선거 때
득표에 별로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생활 대국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
비세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복지와 환경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같은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이다. 이같은 상황 하에서 북한의 미사일
은 그동안 국회에서 별로 논의되지 않던 신 가이드라인 문제를 일본정
치의 현안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자연립
은 신 가이드라인 문제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합종책인 것이다.
지금까지 자자연립 차원에서 논의된 신 가이드라인 문제는 '주변국
유사'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일본 자위대가 국제결의에 따라 다국
적군속에 들어가 미군의 작전을 돕는다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이같
은 생각은 민주당과 공명당 같은 야당으로부터도 지지받고 있다. 신 가
이드라인 법안은 자위대 해외파병 문제에 걸리는 헌법 9조를 바꾸지 않
고,유권해석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늦어도 오는 4월 국회
개회에 맞춰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자자연립의 첫 작품이 될 신 가이드라인 법안 문제는 일본의 문제이
기에 앞서 한국과 일본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
할 경우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전할 일본 자위대가 과연 어느 선까지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한일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것이다.
이같은 양국의 관심은 올해 1월 7일 서울에서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첫번째 공식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노로타 호우세이 방위청 장관은 천용택 장관과 회담, 한일 양국 간
의 핫라인 개설과 한일 공동해상훈련에 합의했다. 일본군이 한국군과
함께 군사훈련을 행하고 '만약의 사태'에 공동대처한다는 양국의 합의
는 특별한 명칭을 달지 않았을 뿐, 준군사동맹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노로타 장관은 회담 당시 '이라크 공습과 같은 미국의 보복이 북한
에 대해서도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천 장관에게 던졌다. 천
장관은 답변에서 한반도는 이라크와 달리 미국 공습이 한반도 전면전으
로 이어진다는 사실과, 중국 러시아와의 협의없이 미국 공습이 이뤄지
지는 않을 것, 미국 공습 이후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 전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 등 세가지 정황을 들어 미국의 북폭 가능성을 부
인했다. 천 장관의 답변은 그러나 한국이 보는 미국의 대북한관과, 일
본이 이해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자세에 대한 온도차를 보여줬다. 현재
일본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하고서
라도 북한을 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판단
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대북관이 미국의 대북관과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
된다. 미국은 북한문제를 장차 개발될 북핵이란 '미래의 틀' 속에서 처
리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이미 개발된 미사일이 오늘이라도 바로
도쿄에 투하될 수 있다는 '지금 당장의 틀' 속에서 북한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신 가이드라인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자유당 당수인 오
자와 이치로이다. '평범한 나라로 만들자'는 오자와의 주장은 '국력에
맞는 군사력과 정치력을 갖고 있는 보통 나라'라는 논리로 이어져 있
다. 오자와의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철저히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의
틀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군국주의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엔 무리가
있다.
오자와는 현재 일본에서 '유태인의 대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는 친미파로 분류돼 있다. 결국 신 가이드
라인 문제가 자자연립을 통해, 다시 말해 오자와의 추진력에 의해 발빠
르게 이뤄지는 것은 미국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이다. 지난해 11
월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에 앞서 일본에 들렀던 가장 큰 이유가, 신 가
이드라인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오자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
다는 것은 일본 정계의 상식이다.
이같은 상황 하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은 한반도 유사에 대
비한 각종 법률적·군사적·국제정치적 대비책을 하루 빨리 만드는 것
이다. 불과1년 전만 해도 중국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얘기조차 못꺼냈을
전략미사일 방위구상(TMD)이 서둘러 마련된 것도 그같은 대비책 중 하
나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자위대가 긴급원조대란 이름으로 온두라스에
급파될 때 보여준 일본 국민의 성원과, 언론의 관심은 바로 유사시 자
위대의 작전을 가정한 비상모의훈련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999년은 일본에게 '개전
준비'의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