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생제, 수명 연장에 큰 기여했지만 '방종' 부르는 역기능도 ##.

♧ 1929년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실 세균 배양 접시
에 우연히 날아온 푸른 곰팡이 덕분에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을 발견했다.

페니실린은 '곰팡이로 세균을 없앤다'는 전혀 새로운 개념을 도입,
뛰어난 살균력을 자랑하며 유사 이래 계속돼온 역질의 시대를 마감시키
고 인류의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
드 월드 리포트'는 최근호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8가지 발명을 들면서,
그중 '푸른 곰팡이에서 찾아낸 페니실린'을 5번째로 꼽았다.

페니실린은 1940년대 영국 옥스포드대학 교수인 플로리와 체인에 의
해 약으로 개발됐고, 미국 제약회사들이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수많은 연합군의 생명을 구해냈다. 전쟁중에 폐렴에
걸렸거나 각종 세균 감염으로 고생하던 군인들에게 페니실린 주사 한방
은 천사의 미소와도 같았다.

페니실린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개발된 항생제는 수많은 전염병을 퇴
치시켰다. 과거에는 별다른 도리없이 죽을수 밖에 없던 사람들의 생명
을 건져내 20세기 최고의 약품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덕분에 1900년 당시 16억5000만명에 불과하던 전세계 인구는 항생제
를 주축으로 한 의약 발달에 힘입어, 1974년에는 40억명을 돌파했다.서
력기원 이후 전세계 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데 평균 110년이 걸렸던 것
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였다.

60년대에는 보다 광범위한 효능을 지닌 반합성 페니실린이 본격 생산
되면서 질병에 대한 치료 범위가 넓어져갔다.

페니실린은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후진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률
을 낮추는데 기여했지만, 역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
는 부작용도 낳았다. 마땅한 경제적 기반이 없는 지역에서는 빈곤과 실
업등 의학 발달로 인한 엉뚱한 부작용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페니실린은 인류에게 성에 대한 자유와 방종을 불러오는데 은연중 한
몫 하기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계 곳곳의 사창가에는 항생제 약물
들이 무분별하게 난무하기도 했다.

염증을 치료하는 항생제 덕분에 일반 수술뿐 아니라, 여성들을 위한
성형수술도 날로 발전했다.

하지만 의약 치료에 절대적인 효과란 없는 것일까. 항생제는 지난
50년간 계속된 남용과 과용으로 점차 감염증에 대한 효능이 떨어지게
됐다. 내성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세균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이염·축농증·폐렴·복막염 등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병을 일
으키는 세균인 폐구균의 경우 페니실린에 저항하는 내성 균주가 64년
미국 보스턴에서 처음 보고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항생제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도록 하면서 항생제 오·남용
방지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너무 때가 늦은 것일까. 80∼90년대 들어와서는
그 동안 사라졌다고 믿어졌던 미생물 균주들까지 더 강력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다시 등장하고 있다. 3년 전 영국에서는 자신을 죽이
기 위해 투여된 항생제를 먹고 사는 초강력 변종 박테리아가 등장하기
도 했다.

미생물은 항생제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종래에는 10만 단위의 페니실린 주사 한대로 씻은 듯이 나았던
임질도 수백만 단위의 페니실린을 몇주일씩 맞아야 겨우 효과를 보게
됐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보통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결
핵이 발생되고 있고, 어린이들이 잘 걸린다고 믿었던 홍역이 어른에게
도 발생하고 있다.

그 동안 인류의 질병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했던 항생제는 20세기말
에 이르러 각종 내성균의 급증으로 이제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지
적을 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