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IMF 한파를 이겨내고자 허리띠를 조이고 발버둥치는
시대에 일부 부유층이 억대 도박판을 벌이다 무더기로 구속됐다.
고스톱으로 3시간 만에 1억원을 날린 주부, 큰 공사를 맡도록
해주겠다는 유혹에 빠져 하룻밤새 수억원을 털린 중소건설업자,
억대 골프도박을 한 프로골퍼….
서울지검 강력부는 18일 상습도박 혐의로 6개 도박조직 1백
3명을 적발, 53명을 구속기소하고, 프로골퍼 손모(54)씨 등 20명
을 지명수배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선 건축업자들을 노린 '사기
도박단'이 적발됐다. 방모(53·여)씨 등은 IMF 이후 건설경기 침
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축업자들에게 "큰 공사를 맡도록 해주겠다"
며 고스톱 판을 벌여 Y건설 대표 이모씨 등 15명에게서 모두 11
억여원을 챙겼다.
지방 골프협회 간부인 이모(51)씨 등은 96년부터 도박꾼들을
모아 '판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9홀당 최고 1억원까지 판돈을
걸었다. 프로골퍼 손씨등도 골프 부킹을 미끼로 내기골프에 가담
했다.
도박판의 '단골손님'인 일부 부유층 부인들도 적발됐다. K그
룹 사장 부인 금모(44)씨, S환경 사장 부인 김모(45)씨, S단란주
점 사장 한모(39)씨….
계모임에서 심심풀이 고스톱을 치던 이들은 도박꾼 박모(구속·
여)씨의 유혹에 넘어갔다. 김씨가 23억원, 한씨가 12억원을 날렸
고, 이들 대부분은 이혼까지 하는 등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고 있
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모 스포츠감독의 아내 C씨, 영화배우 S씨의
전처 P씨 등의 도박사실도 확인됐지만, 이들이 작년에 다른 사건
으로 처벌받아 이번엔 입건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암약중인 1백여개 도박조직들은 도박을 시작하기 전
에 강력부 검사실에 불이 꺼져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든가, 전화
를 걸어 퇴근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검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