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목돈 부담 없는 IMF형 임대 매장 ##.
♧ 서울 도심에 상가 임대료를 일세로 내는 이른바 '일세 점포'가
번지고 있다. 일세 점포란 보증금과 권리금 없이 임대료를 매일 건물
주에 지불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 점포.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한 이후 확산되고 있는 일세 점포들은 과거 돈
이 있어도 들어가지 못한다던 명동과 신촌·압구정동 등 한결같이 서울
의 노른자위 상업 지역에 포진해 IMF 이후 불황에 빠진 부동산 임대 시
장의'세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일세 점포 1호는 명동 사보이호텔 뒤에 있는 비스테이션. 패션
업체인 성도가 '톰보이' 직매장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6월 5일 일세 점
포로 전환했다. 비스테이션은 부동산 업계에 몰아닥친 IMF 한파가 무색
해지는 곳이다.
4개층에 42개 매장이 들어선 이곳에는 빈 공간이 전혀 없다. 비스테
이션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성도 김종곤 소장은 "일세 점포로 전환하기
전에 입점 희망자를 모집했더니 너도나도 들어오겠다고 해 빈 자리가
전혀없다"고 말했다.
비스테이션이 이처럼 인기를 끈 이유는 창업의 진입 장벽이 거의 없
기 때문. 입주 가게는 평당 하루 1만∼3만원하는 임대료만 내면 된다.
임대료는 층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가장 임대료가 비싼 1층은 평당
3만7000원이고 가장 싼 4층은 평당 기준이 아닌 매장 한 곳당 임대료 1
만원을 받고 있다. 김 소장은 "일세 임대료 외에 관리비는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권리금이 없다는 것도 일세 점포의 특징이다. 장사를 그만 두면 건
물주가 새로 들어올 사람을 모집하기 때문에 권리금 자체가 생길 수 없
기 때문이다.
입점한 사람들 면면도 특이하다. 의류 가게가 대부분인 이곳 주인들
은 절반 정도가 현직 디자이너들. 김 소장은 "처음 입점 때는 거의 다
디자이너였다"며 "입점한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옷을 만들어 팔고 있다"
고 말했다. 3층 중앙 홀에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동 작업대도 설치돼
있다.
비스테이션에 이어 지난해 9월 개점한 메인스트리트도 역시 사장 이
윤정씨가 의류 판매업을 하던 곳. 메인스트리트 이종원 부장은 "지금도
입주 대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가게를 놀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비스테이션과 메인스트리트는 건물 주인이 의류 판매업을 포기하고
임대업으로 업종을 바꾼 경우다. 비스테이션 김 소장은 "톰보이 매장이
었을 때는 직원 20명의 인건비나 직원 후생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메인스트리트도 IMF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들자 임대업을 시작했다. 이
부장은 "보증금을 받는 기존 임대업을 생각해봤지만 워낙 경기가 나빠
임대가 나갈지 자신이 없었다"며 "일세 점포 전환은 일단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경우, 기본 10평짜리 초기 투자비는 1억에서 1억5000
만원 정도. 이 부장은 "IMF 시대에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도 없이 1억
이상 거금을 투자한다는 것은 모험"이라며 "일세 점포는 장사가 안돼
가게를 그만 두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
다. 메인스트리트 지하에서 중고 의류를 파는 6평짜리 '어번 아웃피터'
매장은 단돈 20여 만원에 가게 문을 연 곳이다.
동업으로 가게를 열면 부담은 더욱 준다. 비스테이션 3층에서 비조
라는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신희씨는 "3개월 전 대학 친구와 함
께 의류 매장을 시작했다"며 "옷은 직접 디자인하지만 생산은 의류 공
장에 하도급을 주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며 일세 임대료를 제외하면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증금이 없고 임대료를 하루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실제로는 일세
점포 대부분이 10일에서 한 달 단위로 임대료를 받고 있다. 매일 일수
돈 걷듯 하면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부장의 설명이다. 메
인스트리트는 임대료를 선납하면 10% 할인 혜택도 준다.
메인스트리트의 기본 계약은 6개월. 하지만 의무 영업 기간인 1개월
만 지나면 가게 정리가 가능하다. 1개월 영업 뒤 장사가 안된다고 판단
돼 퇴점 신청을 하면 보름 후에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45일 영
업은해야 한다. 계약 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은 입점자가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있도록 한 것이고, 의무 영업 기간 한 달과 유예 기간
보름을 둔 것은 퇴점 신청을 받은 건물주가 그 사이 새 입점자를 구해
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매월 15일과 30일을 입·퇴점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
다. 압구정동은 겨울철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 들어 월 2∼3개
점포가 드나든다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일세 매장이라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세
점포 건물주는 대부분 입점 심사를 통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전체
적으로 매장 이미지를 통일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상품을 팔도록 조정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입점 업체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처음에는 76개로 출발한
메인스트리트는 현재 50여개로 점포 수가 줄었다. 건물주 처지에서는
평 단위로 임대료를 받아 수입에 변화가 없지만, 장사를 포기한 매장을
수입 좋은 매장이 인수하며 규모가 커졌기 때문. 대부분의 일세 건물에
서 매장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기 건물이 아닌 남의 임대 건물을 일세 점포로 재임대하는 곳도 있
다. 신촌 이화여대정문 옆 롬앤줄(ROME & jUL)은 지난해 10월까지 의류
업체인 안전지대(대표 임화정)가 임대해 직매장으로 사용하다 임대 사
업을 시작한 곳. 강문구 차장은 "신촌 지역도 IMF 이후 매출액이 임대
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게가 속출했다"며 "임대 후 재임대로 사업을
전환한 후 흑자를 보고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세 점포가 체인점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강 차장
은 "회사 차원에서 당분간 의류 업계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일세
점포 체인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롬앤줄은 2월 명동에 2
호점을 내고 상반기중에는 부산 등 지방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비스
테이션도 부산점을 열었다.
창업 부담은 적지만 일세 점포를 시작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일
세 점포는 현재 거의가 의류 잡화점들로, 철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재
고 부담을 견딜 만큼은 돈이 있어야 한다. 비스테이션 김 소장은 "500
만∼10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은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건물주들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명동의
한 일세 점포 건물은 최근 매출 하락으로 점포 상당수가 철수해 빈 공
간이 늘고 있다는 것. 건물주들은 진입 장벽이 없는 만큼 목이 좋지 못
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점포들이 철수해 버린다는 것을 유
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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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세 점포 '원조'는?
일본에서 유행한 편집 숍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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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등장한 일세 점포의 원조는 '땡처리' 의류 매장들. 92년
부터 등장한 땡처리 매장은 하루 또는 며칠 동안 건물을 빌려 부도 회
사 의류를 처분해왔다. 하지만 일세 점포 관계자들은 땡처리 매장과 일
세점포는 임대형식만 유사할 뿐,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국내 일세 점포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유행한 편집 숍을 모델로 하고
있다.
편집 매장은 한 건물 안에 여러 소점포가 입주하지만 가게의 전체적
인 이미지를 통일한다는 점에서 아무 옷이나 파는 땡처리와 다르다. 일
세점포 대부분이 입점 심사를 하는 것도 이 때문. 작은 점포들이 임대
해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백화점과 비슷하다.
국내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있는 나이스 클랍도 일본에서는 편집 숍
에서 출발해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생산한 의류를 편집 숍에서 직접
팔며 소비자 취향을 그때그때 상품 생산에 반영한 것이 나이스 클랍의
성공 비결. 롬앤줄 강문구 차장은 "근성있는 디자이너라면 편집 숍에
소점포를 내고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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