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1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 탈출
생각 밖에 없는 대통령에게 지금 내각제 문제를 들이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심정이 있다"며 "내각제 개헌은 대통령과 총리 두분이 풀 일"
이라고 말했다.

--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독대 이후 국민회의쪽에서 '내각
제는 얘기가 다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데.

"대통령도, 총리도 일절 말씀이 없어서….".

--그런데 국민회의에서 왜 자꾸 그런 말이 나온다고 보나.

"국민회의는 그 전에도 계속 그런 얘기를 해 왔다. 심정이 이해는 간
다. 김 대통령이 열심히 일을 해 성과가 나오는데 잡음 내지 말자는 거
겠지.".

--총리-김용환 수석부총재로 이어지는 내각제 라인에서 박 총재가 배
제됐다고들 한다.

"배제라기보다 나는 두 분이 협의해 가닥잡겠다고 말씀하신 데 충실
한 것이다. 대통령 말씀은 많은 현안이 있으니 가만 있어달라는 걸 암시
한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론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가 일상생활 기업 문화예술 등 모든 부문에서 국민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
이 주변에도 더러 있다.".

--합당론을 펴는 박철언 부총재가 외유에서 돌아오면 가만있지 않겠다
는 사람들도 있다.

"박 부총재 말에도 논리가 있다. 어떻게 혼내나. 정치인이 자기 식견
을 얘기할 수도 있는 것이지.".

--연말까지 개헌이 잘 안될 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솔직히, 된다고
생각하나.

"현재까지 감각으로 봐서는 된다, 안된다 말하기 어렵다. 두분 사이
에 1차 대화가 이뤄져 반응이 나오기 전에는 전망이 어렵다.".

--국회 529호실 사건은 안기부의 사과가 필요하지 않나.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다. 야당이 '도청장치가 있다'고 흥분해 문을
뜯었는데 불행한 일이다. 내 상식으로는 첩보수집이다. 국회에 나와 있
는 사람이 종합 보고하는 것은 책임일 거다.".

--경제청문회는 국민회의쪽에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박 총재가 끝까지
고집해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가 있다.

"청문회를 안한 것은 우리 정치권의 큰 잘못이다. 한보 하나로 청문
회를 했다. 나라를 IMF로 가게 한 것은 엄청난 대사건이고 한보 수십개
를 합친 것보다 크다. 책임을 조사해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은 정치권의
의무이고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문회 증언이 중요 쟁점 중 하나인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외도 한번 했다가 여기저기 청문회를 옮겨다
니며 증언을 했다. 외도 한번 한 것과 나라를 경제파탄의 위기에 몰아넣
은 책임 가운데 어느 것이 중대한 사안인가.".

--한나라당의 강경 대여투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선 패배로 충격이 엄청났을 것이다. 채 수습도 하기 전에 2월25일
을 맞아 올바른 판단 없이 총리동의안을 무산시켰고 이것이 파행 원인이
됐다. 이어 세풍, 총풍에 529호실 사건도 터졌다. 강경일변도 말고는 달
리 선택할 것도 없었겠고, 또 내년이 선거인 한나라당은 강경이 선거대
책으로도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연사흘 법안 단독처리는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사과할 것은 없다. 다만 여권이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최구식·qs1234@chosun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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