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토마스 만, 카프카, 헤세, 릴케 같은 작가와 비교해 볼 때 슈테
판츠바이크는 우리에게 결코 친숙하지 않은 독일 작가이다. 19세기 말
에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했던 츠바이크는 '마음의 초조감' '어
제의 세계' 같은 독특한 작품을 남긴 바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로 지
나간 시대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삼는 평전 작가 또는 문학적 초상
화가로 손꼽힌다.

국내에 소개된 츠바이크의 평전으로는 유럽 문인 9명에 관한 '세계
의 건축가들'('천재와 광기'로 번역)이 있다. 이번에 나온 발자크 평
전(푸른숲)은 츠바이크가 사망한 뒤 리하르트 프리덴탈이 원고를 수집·
보완하여 발행한 책이다. 이 책 완성 과정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문호
발자크에 대한 츠바이크의 열정이 결코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30년 이
상 간직되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평전 작가의 특징은 어느 개인의 역사적 삶에 심리학적 비평을 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개인을 중심으로 역사 내지는 지나간 과거 상
황을 해석하는데 있다. 츠바이크의 대작 발자크 평전도 발자크라는 인
물을 통해 과거의 시대적·역사적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역자가 언급
한 대로, 이 책을 통해서 보는 발자크의 모습은 자기 시대를 극단적으
로 반영하는 하나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사실주의 작가로 손꼽히는 발자크의
여성 관계, 출판 사업 성공과 좌절, 겉모습과 속모습 등 삶의 다채로
운 측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발자크 평전은 사
실과 상상력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츠바이크는 때로는 매우 섬세할 정
도로 치밀한 사실성을 바탕으로, 때로는 나름대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기시대 이전에 존재했던 작가 발자크를 그리고 있다. 즉 발자크 평
전은 엄격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발자크라는 작가의 생애를 기술
한 글이지만, 동시에 작가 츠바이크의 주관적 상상력을 통해 구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 후기에 실려 있는 프리덴탈의 언급대로, 발자
크는 츠바이크에게 시적 가능성 자체의 화신, 문학의 가능성으로 작용
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 개인에 대한 삶의 묘사를 넘어서 발자크 평전은 여러 가지 의
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하나는 평전이 사실은 과거의 특정 개인에 머
무르기보다는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의 삶의 모습과 관
계한다는 것이며,다른 하나는 발자크 개인이 겪었던 사회적 상황과 겪
는 마찰도 현재적인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대를 초월한 작가와 작가의 만남, 작가에 관한 작가의
해석 등과 관계하여 발자크 평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물음을 슬며
시 던지고 있다. 우리가 만약 평전을 쓰게 된다면, 참된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작가는 과연 누구일까, 또한 그런 작가와 작가의 만남을 통해
서 우리 역사와 사회는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