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5일 추가공개한 국회 529호실 안기부 문건은 여야 정치인과 국회사무처
간부들의 개인 신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권 핵심인사들과
관련된 각종 비리설과 야당 중진의원의 탈당 움직임 및 국회간부들의 동향 등에
대한 내용들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정치인 개인비리나 청탁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전형적인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추가공개 문건을 통해 안기부 불법사찰 대상에 여당인사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특히 현 여권 실세 3인의 비리 의혹에 관한

첩보문건이 눈길을 끈다"고 강조하고 있다.(※한나라당은 문건을 공개하면서

여권의원들 이름을 성과 관련 없는 영문 이니셜로 발표했음)

◆ 여권실세 비리설 문건
한나라당이 공개한 [대전지역에서 떠도는 유언비어 내용]이란 문건에는 [국민회의
E의원이 대전지역 폭력조직 보스인 K모씨를 격려하기 위해 1∼2개월 간격으로
대전을 방문해 이 인사를 대전지검 검사장에게 소개해 크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문건에는 또 [E의원이 이 지역의 슬롯머신 운영에 관한
교통정리를 할 목적으로 이 지역을 방문해 K씨가 운영권을 장악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부산지역 진출계획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모 언론사와 외자유치사업을 추진하는 재미교포로 추정되는 박모씨가 여권실세
B의원에게 자신이 기소된 사건을 공소취하해 줄 것을 검찰총장에게 부탁해달라고
요청하는 서신도 있었다. 한나라당 측은 "B의원에게 보낸 서신이 통째로 안기부
요원에게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여권 핵심인사에게 접수된 서한이
입수됐다면 다른 의원들 것은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은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관이 경기도 지역 골재채취권을 기존업자로부터 빼앗아 국민회의 실세
H의원의 처남이 이사로 근무하는 W개발에 주기 위해 표적감사를 시켰다]
경기도의 한 골재업자가 E의원에게 보낸 탄원서 사본도 공개했다.
한나라당 측은 "이 자료들이 소위 존안카드 형태로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야당의원 동향보고 문건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D의원이 당내문제에 대한 불만을 품고 여권에서 중국대사
등을 보장할 경우 여당에 입당할 의사를 갖고 있다]는 첩보보고서도 있었다며 그
사본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D의원이 최근 수시로 측근들에게 이 총재가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성격도 문제가 많아 앞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회의감을
표시하면서 여권에서 향후 중국대사 등의 역할을 보장하면 여당에 입당할 용의가
있다 함]이라고 적혀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보면 안기부 요원들이 야당의원들의
언동은 물론, 심리상태까지 수집 파악해 상부에 보고, 여권에서 그것을 참고삼아
야당의원 빼가기 공작을 기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3당 총무실 관계자 접촉계획 문건
한나라당은 안기부요원들이 국회사무처 곳곳은 물론, 3당 원내총무실에까지
총체적 정보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안기부요원 안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수집 조정 대책비 집행계획서] 사본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여야 3당
원내총무실 직원과의 협조관계구축]이란 사업명 아래 [국민회의 ○행정실장,
자민련 △행정차장, 한나라당 □의원국차장 등에게 오-만찬 접대를 위해 40만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나라당 측은 "안기부는 1차 공개문건 중 유사한 계획서가 나왔을 때 [접대를
계획했다가 집행하지 않았다고 변명했으나, 이번 문건을 통해 지속적인 공작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국회사무처 동향보고 문건
한나라당은 "입수한 문건 중에는 [국회사무처 해직 특채자근무현황]과 [국회 돔
지붕변경 관련 해명자료], [국회사무처 구조조정관련 메모] 등이 들어 있다"며
"안기부 요원들이 정보위 지원활동을 넘어 국회 내부 곳곳에 간여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국민회의 내부자료
한나라당은 "안기부요원들이 국민회의의 내부자료까지 다량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안기부의 사찰이 야당을 넘어 여당까지 정치권 전체에
걸쳐 폭넓게 이뤄져 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은 [선거법 개정을 위한
논의결과] [정당개혁과제 검토안] [정책위원회 당무회의 보고서] [당무회의 사무처
업무보고서] [정당제도개혁 검토안] [민화협 참여단체 및 임원 사업계획] 등 12건의
문건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 관련자료 중에는 정계개편 관련
자료가 많다"며 "안기부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케 해
준다"고 말했다.

안기부가 주로 대통령의 관심사항인 정계개편과 관련한 여당의 주요회의 및 세미나
자료를 집중 수집하고 있는 것은 안기부가 대통령의 정치참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거나 여권 내의 실세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