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을 한국의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셨지만 당신
의 몸은 돌보지 않았습니다."
지난 3일 서강대 사제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자계산소장 펠릭스 M 빌
라레알(54) 신부. 신부의 제자이자 동료이기도 한 서정연(서정연·42) 교수
는 "신부님은 빈민촌 등 소외된 사람들과 고락을 함께 한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로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인 빌라레알 신부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77년 서강대 교수로 부
임하면서. 그는 틈이 날 때마다 재래시장을 들러 지게꾼들과 함께 술을 마
시며 그들의 애환을 들었고, 빈민들을 찾아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80년
서강대에 전자계산학과를 창설한 그는 87년엔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판을
두드리면 점자 출력물이 나오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중고 컴퓨터를 모아 고아원에 보내기도 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신부님이 어디에 가서 어떤 봉사를 하시는지 제자인 우리들한테도 자세히
얘기하신 적은 없다"고 했다.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수배학생들을 숨겨준
일 때문에 고문을 당하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 사연을 안 것조차 최
근의 일이라는 것.
폐결핵을 앓아왔지만 빌라레알 신부는 항상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전자계산
소를 지켰으며, 입시철을 맞아 과로로 병세가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서 교
수는 "며칠 전에도 병원 정기검사 결과가 나쁘게만 나온다고 말하시면서 웃
기만 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