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반도에는 세기말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될 전망이다. 북한의 미
사일과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 분위기,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 북
한내부의 체제 불안 등이 교차하면서 격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반도 기
류를 강인덕 통일부 장관과 이동복 자민련 의원의 대담을 통해 진단해
본다. ( 편집자 ).

▲강인덕 장관=금년 국제정세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에 나쁜 방향
으로 가진 않을 것입니다. 미-일-중-러 4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체제가 단시간 내에 무너질 것 같지 않다는 전제 위에, 급변사태
대비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관리해 나가면서 북쪽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
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전략적 과제가 아닐
까 생각합니다.

▲이동복 의원=국제정세 변화가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긍정적 영
향을 끼칠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공산주의 망령이 국제
적으로 물러간 상황에서 북한에만 영구히 남아있을 리도 없고, 북한에서
도 망령이 사라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도 대남혁명노선을 유지하고 있고, 이 틀 속에서
남북관계를 보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
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으며, 우리로서는
위험에 대처하는 태세가 필요합니다. 당장 직면한 두 가지 문제는, 북한
의 경제적 파국이 우리한테 어떠한 부담을 줄 것인가와, 핵문제라고 봅
니다.

▲강 장관=남북간 체제경쟁 논리가 종식됐다고 본다면 이제 문제는
과도적 체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수단을 동시에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북한의 모든 평화파괴행위를 억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군사적 수
단, 즉 외교 경제 사회 문화의 힘을 총동원해 한반도 평화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하는 것입니다.

▲이 의원=햇볕정책은 언젠가는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시기
가 성숙됐느냐 하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옷을 벗기지 못하고 오히려 우
리만 옷을 벗어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부는 '안보와
협력의병행'이라고 말해왔지만 그동안 안보는 밀리고 협력만 내세운 경
향이 없지 않습니다.

▲강 장관=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것입니까.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해도 전략적 구도로서 이러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의 저항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도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
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변화추구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03년쯤 가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상황이 성숙될 것으로 봅니다.

▲이 의원=한국의 역대 정권은 70년 '8·15 선언' 이후 주변정세 변
화로 북한이 이렇게 저렇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과 희망으로 대북정책을
지었다 허물었다 해왔습니다. 북한은 변화가 없는데, 북한이 변하리라는
기대와 희망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낳았습니다. 북한이 객관적 물량면에
서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한을 타도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
는 상황에서는 안보 위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안보위주라 할 수 없습니다.

▲강 장관=문제는 북한의 군사력을 어떻게 억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군사력은 순수한 군사력과 주민들의 사상의식이 결합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여기엔 미국과 남한에 대한 증오심과 자신들의 체제에 대
한신뢰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총체적으로 약화시키는 전략을 펼
치는 것이 새로운 안보 전략입니다.

▲이 의원=북한은 대남 침투용 잠수정인 유고급과 상어급으로 상설
부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대남침투가 연중 계속된다는 의
미입니다. 침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명을 내고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입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침투 정책을 포기하도록 하는 우리의
정책과 수단을 개발해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포용정책이 북
한을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는 잘못입니다. 소련과 중국도 미국의 포용정
책보다는 압박(봉쇄) 정책으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햇볕정책은 상대방
이 수용할 수 있을때라야 희망이 있습니다. 햇볕정책이 'Sun Shine'이
아니라 'Shoe Shine'으로 '광이나 내려는' 정책이 돼서는 안됩니다.

▲강 장관=북한이 전쟁을 포기했을 때 햇볕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전쟁포기가 언제 올지 의문이니 우
리는 이렇게(햇볕정책) 나갈테니 이렇게 호응해 오라고 하는 것 아닙니
까.

▲이 의원=소련과 중국의 경우 상황의 변화로 정책이 바뀐 게 아니라,
영도력(리더십)의 변화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일 체
제를 하나의 새로운 독립된 시대로 보고 있는 듯하나, 나는 김일성시대
의 연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지도 의문입니다. 김정일이 진정한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보기 어렵다면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을 기다렸다
가 햇볕정책 같은 걸 펼쳐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앞질러 북한이 변한
다고 생각함으로써 안보에 주는 부담이 크고 국민통합에도 도움이 안됩
니다.

▲강 장관=그러면 대북 강경 또는 봉쇄 정책밖에 없는데 그것이 국제
적으로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의원=북한 지하시설에 대해 미국은 제네바 합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같습니다. 금창리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의혹이 가는데, 강력한 증거(compelling evidence)가 있는 금창리를 뒤
지면 다른 곳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시설이
비록 핵시설이더라도 완성까지는 최소한 4∼5년의 시간이 있으니 대북
포용정책을 계속해 이를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반면
미국은 4∼5년이 지나면 사정거리가 수천 ㎞ 되는 유도탄에 화학 생물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그때 가면 막을 수가 없다는,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now or never) 입장입니다.

▲강 장관=우리 정부 입장은 분명합니다. 내년 3∼5월까지 현장 조사
를 실시해 핵시설로 드러나면 폐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덮어
두고 시간을 끌자는 게 결코 아닙니다. 핵의혹 시설에 대한 접근과 확인
에는 명백하게 한미 정부가 공동보조를 취할 것입니다. 현장 접근에서
폐쇄까지 한미간에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확인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끝
입니다.

▲이 의원=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제 북한 핵은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문제가 됐습니다. 미국은 자신의 안보가 걸린 문제에서 양
보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자신의 안보문제로 접근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강 장관=만약 지하시설이 핵시설로 확인될 경우 이를 어떻게 폐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간단하기야 이라크 식으로 때리는 것이겠
지만 그건 곧 전쟁이고, 우리로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폐쇄
방법에 대한 대안 없이 무조건 폐쇄하자고 해선 곤란합니다. 이런 측면
에서 김 대통령이 미-북간의 '포괄적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여
러 각도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 의원=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햇볕정책의 결정체인 것으로 선전하
지만, 이는 특정기업의 상업주의적 성취에 정부가 편승한 것입니다. 이
사업은 채산성이 없으며, 남북교류가 아니라 남남교류에 불과합니다. 남
북교류라고 한다면 정부가 나중에 큰 부담이 생깁니다. 제네바 핵합의처
럼 한번 물리면, 대북정책이 금강산 사업의 포로가 돼 북한이 고갯짓 하
는 대로 우리가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강 장관=햇볕정책에 효과가 없다면 정부가 이 사업을 승인하지 않
았을 겁니다. 북한이 나진과 금강산 지역 주변을 차단하고 개방했지만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인데 완벽한 차단은 어려울 것입니다. 북쪽에서 백
두산 칠보산도 (관광 사업) 하자는 요구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의원= 북한은 식량이 외부지원이 있어도 연간 150만∼200만t이
부족합니다. 농업구조 개혁과 식량 수입을 위한 외화 확보 없이는 식량
난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북한의 기득권층이 스스로 배가 고파 보지
않고는 개혁에 나서지를 않을 겁니다. 대북 식량 지원은 주로 기득권층
에 돌아가 오히려 개혁을 늦추는 측면도 있습니다.

▲강 장관=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이나 의약품을 조건 없이 지
원할 것입니다. 다만 국제기구를 통하는 것보다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없겠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호주의는 탄력적으로 운용하되 포기한 것
은 아닙니다.

▲이 의원=김대중 대통령도 처음엔 기본합의서 이행만을 강조하는 등
대북 정책의 차분한 접근 자세를 보였는데 점차 서두르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통령 주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
정일 체제가 변할 것이라고 앞질러 판단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지
금은 우리내부를 다지고 북쪽에서 우리의 새로운 정책을 수용할 태세를
갖추기를 기다리면서 주변국가와 공동보조를 맞춰야 할 때입니다.

▲강 장관=햇볕정책의 성과는 하루 이틀에 나타나지 않으며, 그렇게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포용정책은 북한의 변화 의지가 확인된 후에 하는
것도 아니며, 변화징후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의 변화를 촉
구하고,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하는 것
입니다.

그래야 다음 정권에서 계속 이어갈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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