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야, 돗자리 갖고 올라오너라."
"예, 아부지, 지금 가요.".
대나무 자리를 좌악 펴고 아버지가 큰 대자로 누우신다. 그 옆에는
꼬마인 내가 조그만 대자로 눕는다. "저 우주에는 뭐가 있을까." 흘러
가는 흰 구름보며, 밤 하늘 별을 보며, 저기엔 누가 살까, 뭐가 있을
까 궁금했다.
옥토끼가 방아찧는다는 달 나라에 암스트롱이 내려서 뭘 보고 왔을
까, 머리 굴리다 문득 나는 토끼가 암스트롱 손에 절구공이 쥐어주고
몰래 지구로 온 것 아닐까! 그래, 틀림없어! 결론을 내렸다.
이제 나 닮은 꼬마를 옆에 누이고 큰 대자가 된 나는 벼라별 꿈을
다 꾼다. 아픈 사람 없는 세상이 첫번째다. 암, 백혈병, 심장병, 루푸
스, 무좀, 치질 다 없어져라. 세상 모든 아이를 괴롭히는 질병은 모두
다 없어져라. 장애 따위 모르고 살 수 있는, 좋은 의학이 발달한 세상
을 꿈꾼다.
아직 쪼그만 대자인 아들과 하도 꼬물거려 대자가 잘 안그려지는
딸 애가 초등학생이 되면 겨울방학 캠프로 달 나라에 가고 싶다. 분화
구마다 마련된 '체험 떡 실험장'에서 그 동네 터줏대감 토끼와 떡방아
도 찧어보고…. 생각만해도 신난다. 나는 영화 '플라이'를 보고 딴 건
다 몰라도 순간이동기는 빨리 발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이나
파리를 '뚝딱' 가 있게 된다니! 한가지 걱정은,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
기내식 먹을 일이 없어지는 거다.
귀여운 아기양 돌리가 나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옹고집전을
생각해보라. 어느날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우리 집에 나타나 자기가
상준이 아빠라고 주장한다면! 난 정말 못참을 거다.
내 어린 시절 옥상에서 아부지와 함께 보던 별무리를 나는 내 아이
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눈깜박하면 파푸아 뉴기니에 가있는 것도 좋
겠지만, 어떻게하면 거기까지 갈 수있을까, 거기 하늘에선 어떤 별이
보일까 오래 오래 생각하고 싶다. 수유리 화계사 계곡에서 물장구치던
내어릴 때 계곡 식구들, 가재며 송사리떼도 21세기로 고스란히 물려주
고 싶다. 그때 하늘 가득 펼쳐졌던 별무리와 가재며 송사리떼는 지금
어디살고 있는 걸까? 내가 어른이 되는 지난 바쁜 세월 동안, 비좁은
계곡을 벗어나 바다로 가버린 것일까?.
(*bborie@chosu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