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의료계는 집요하게 생명의 신비를 파헤침으로써 신의 영역
에 도전한 한 해였다. 수많은 의학자들이 의술과 약학, 생명공학 분
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쏟아냈다. 올 한 해 동안 의료분야를 움직인
국내외 주요 사건과 성과들을 되돌아 본다.
먼저 98년은 '비아그라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월말 미국 등지서 발매된 비아그라는 1년 내내 세계인의 화두가 됐
다. 성기능을 상실해 고개숙인 지구상의 수많은 남성들에게 푸른색
작은 알약은 '회춘'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묘약이 됐다.
미국 하버드의대 주다 포크만 박사가 개발한 기적의 항암치료제
'엔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암이 정복된다"며 흥분했다. 임상시험중인 이 약
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아직까지 처음 기대했던 효능을 입증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만개의 유전자 중 40%가 인간과 닮은 선충의 유전자를 완전
해독한 것은 기초의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에 속한다. 길이가
1㎜에 불과한 작은 벌레지만, 동물의 유전구조가 완전히 해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인간은 미래질병을 예측하고 일부 예방
할 수 있게 된다.
임상분야에선 미국 세인트 엘리자베스병원 연구팀이 심장병 환자
의 심장에 혈관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주입, 심장혈관을 새로 생
기게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협심증 등 심장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
기를 마련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은 척추 기형을 앓고 있는
자궁속의 태아를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병원은 교통사고로 엄지 손가락을 잃은 환자에
게, 환자 자신의 세포를 배양해서 손가락을 만든뒤, 그 손가락을 접
합하는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인간조직 배양 시대'를 열었다. 프랑
스에선 오래 전에 사고로 팔뚝이 잘려져 나간 남성에게 뇌사자의 팔
뚝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한 의사는 원숭이의 목을 통째로
잘라서 다른 원숭이의 몸통에 갖다 붙이는 수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원숭이는 목뼈와 혈관만을 이었을 뿐, 수백만 가닥에 달하는 척
수신경을 잇지 못했기 때문에 이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괄목할만한 진보가 있었다. 경희의대 연구팀은 동물
이 아닌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 4세포기까지 배양하는데 성공함으로
써 전세계적인 인간복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민단체 등으로부
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이 세계적 수
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세의대 연구팀은 홀뮴이란 방사선 물질을 주사해 간암을 녹여
없애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홀뮴 치료법은 일부 언론이 '주사 한방
으로 암 완치'라고 잘못 보도함으로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에선 뇌사자의 간을 두 개로 분할해서 이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고질적인 장기 부족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골수 대신 태반의 피(제대혈)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 가톨릭의대 등에서 잇달아 성공함으로써, 백혈병이나 재생
불량성빈혈 등의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