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고의 고전인 사서삼경 전체가 처음으로 한사람 번역으
로 출간됐다. 한학자 성백효(53·민족문화추진회국역연수원교수)
씨는 최근 '주역전의' 국역본(전2권,전통문화연구회)을 간행, 10
년에 걸친 사서삼경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우리 조상의 지적 자산이던 사서삼경을 오늘의 후손들이 부
담없이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서삼경은 하나의 독서체
계 속에서 읽혔기 때문에 한 사람이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씨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부친을 비롯한 한학자에게서 18년
간 한학을 배웠다. 1977년 서울에 올라와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
수원에 입학했을 때 교수들이 '선생보다 나은 학생'이라고 감탄했
다는 일화가 있다.
성씨가 사서삼경 번역을 시작한 것은 88년 설립된 전통문화연
구회(회장 이계황) 일반인 대상 한문 강좌를 담당하면서부터. 그
는 90년 5월 '논어집주' 번역본을 낸 것을 시작으로 '맹자집주'
'대학-중용집주' '시경집전' '서경집전' 등을 차례로 우리말로 옮
겼다. 번역작업은 주역만 해도 2백자 원고지 1만장에 이르는 방대
한 양이었고 교정 작업 역시 보통 책 보다 몇배 힘들었다.
성씨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은 동양철학의 최고봉인 주역.
정이의 '역전과 주희의 '본의'를 묶은 '주역전의'는 동양에서 오
랫동안 표준적인 주역해설서였지만 내용이 워낙 어려워서 그동안
우리말 번역본이 단 한 종밖에 없었다.
성백효씨는 "주역은 우주와 인간, 천문과 지리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책"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하늘이 땅 위에
있으면 뜻이 서로 막혀 나쁜 비괘이고 그 반대이면 상하의 뜻이
통해 편안한 태괘이다. 이는 전통사회의 상하 질서 속에서도 민주
적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성씨는 "주역에는 이처럼
시공을 넘어서는 삶의 기본 원리가 들어 있고 이 때문에 이익이나
정약용 같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주역을 깊이 연구했다"고 말했
다. 문의(02)762-8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