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대병원 앰뷸런스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산동네
가파른 골목 사이를 누비고 희은(가명·서울 혜화초등학교 5학년)-
희철(가명·〃6학년)이 남매집에 닿았다. 어머니는 수년전 가출하
고 새시공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밤 늦게까지 달
랑 5백원짜리 동전 하나로 남매는 방학중 점심식사를 때워야 하는
처지.

다리 하나 제대로 뻗을 수 없는 좁은 방에서 서울대병원 소아
과전문의 한효정(여·30)씨가 희은이 배에 청진기를 댔다. 큰 문제
는 없지만 같은 나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했다. 동행한
서울대병원 영양사 박미선(35)씨는 희철이가 영양결핍이 아닌지 살
피고 요새 뭘 먹었는지 물었다.

진찰을 끝낸 의료진들은 20㎏짜리 쌀포대 2개, 라면 8박스를
집안에 들여놓고 다음 골목으로 앰뷸런스를 옮겼다. 이날 찾아가
쌀을 전달하고 건강 상태를 진찰한 결식아동은 10명. 몇몇 아이들
은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나중에 정밀진단을 받아야 할 정도였
다.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이 병원 주변 혜화초등학교 등 3개 학교
결식아동 48명을 찾아 앰뷸런스로 산동네를 누비기 시작한건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부터다. 점심식사 몇 끼니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
는 것 말고도, 학교급식을 못 먹는 방학 동안 건강이 나빠질 아이
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의료진과 전문영양사가 참여했다. 병원
측은 방학 동안 정기적으로 인근 산동네를 돌며 결식아동들의 건강
을 체크하는 전문지원팀을 구성했고 더 많은 의료진들의 자원봉사
를 받기로 했다.

혜화초등학교 급식교사 윤길숙(31)씨는 "방학이 끝날 때 수척
한 모습으로 학교에 나오는 결식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며 "아이들이 배고픔을 이기고 건강해질 수 있기까지 한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