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대통령 탄핵 결의, 이라크 공습, 하원의장 내정자의 돌
연 사퇴…. 하지만, 미 금융계 최대 관심사는 지난 한 주 언론의 1면을
장식한 이들 헤드라인이 아니다. 미 경제에 관한 한, '클린턴의 영향력
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FRB)총재,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
이어 세번째'라는 게 월가 정설이다.
대신에, 미 경제분석가들은 요즘 '지난 13년간 최고인 미국인의 소
비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메릴 린치증권사
의 18일 발표에 따르면, 올 4분기 미국인들의 소비는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올 한해 미국인의 소득 증가분은 3%. 벌이가 나아진 정도보
다 더 헤프게 돈을 쓴 셈이다. 0.6%이던 저축률(가용소득 대비)은 급기
야 9∼10월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대책없는' 소비 행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메릴 린치사
수석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 6년간 강
세 주식시장이 미국인들에게 무려 8조 달러의 추가 소득을 제공했는데
도, 이 소득원은 상무부 저축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
라서 이를 고려하면, 미국인의 올해 실제 저축률은 6%로, 결코 '낭비성
소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이런 미국인의 소비 행태는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계속된
미 제조업체의 매출 부진, 내년도 미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 둔화
예상(1.5∼1.7%), 미 실업률(현재 4.4%)의 증가 전망 등 결코 '밝지 않
은'내년도 경기 예측속에서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경제의 '엔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월가 분석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 행태가 '대책없이' 계속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
이다.
'뒷주머니'격인 주식 소득에 대해선 일부에서 '거품 주가'라는 비판
이 인지 오래고, 올해 같은 주식시장 호황을 내년엔 기대하기 힘들 것
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갑자기 소비를 팍 줄이면, 유일한 소비 대국인
미국마저 경기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서서히 소비를 줄이라"
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주문한다. 그게 미국과 세계경제에 좋다는 것이다.
(*이철민·뉴욕특파원·chulmin@chosu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