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바보같은 삶을 살다가 떠난 백은선사였다. 반야심경
조차도 몇자 빼어 먹고 썼어도 찢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지금도 육
필로 남아 있는 이 반야심경은 천진난만한 그의 성품을 느끼게 한다.

전체 270자 반야심경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암송하는 경전이지만
붓을 들어 쓰다 보면 더러는 틀리고 빼먹는 글자가 나온다. 사람이
기 때문이다. 흔히 완벽주의에 빠진 보통사람이라면 틀리게 쓴 반야
심경을 남에게 건네주기를 꺼린다. "수행승이 이름 석자 정도 쓸 수
있으면 되지." 허물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수 있는 용기가 백은 선사
에겐 있었다. 당당하고 의젓했지만 교만하지는 않았다.

송년의 시간이다. 한해를 돌아보니 너무 꽉 짜이게 살지않았나
싶다. 좀어리숙하게 넘어가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느껴지는 일
들도 많다. 선사의 교훈처럼 신행 하나만으로 족하지 않았을까.

이 한겨울 전국 선방에는 1천5백여명이 동안거에 들어가 정진중
이다. 묵묵히 수행하는 구도자들에게서 불교의 미래를 보고싶다.
(길상사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