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때 주장 특검제도입-검찰총장 국회출석등 모두 백지화 ##.

♧ "사람은 신이 아니어서 다 욕심이 있지. 사람은 화장실 갈때
와 갔다 올때가 다르지. 갔다 올때 문도 안닫고 오는 사람도 있어.".

지난 11월 8일 김종필 국무총리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에서 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답한 말이
다. 김대중대통령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김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임이 분명했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는 김 총리의 말은 내각제 개
헌 약속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회의가 검찰·경
찰의 중립화 등에 대해 야당 시절 주장했던 내용과 집권당이 된
요즘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여기서도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
르다'는 속설은 '진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민회의는 야당 시절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를 명분으로 여러
개혁 법안을 내놓았었다. 96년 9월 특별검사제 도입,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검찰위원회 신설, 재정신청 대상의 전면 확대 등을 주장하고, 이
를 위해 정부조직법·국회법·형사소송법·경찰법 개정안과 특별
검사 임명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96년 12월에는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와 비리조차처 내에 특별검사제를 두는 부패방
지법안을 제출,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또한번 보였
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집권당이 된 후에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
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제외하고, 다
른 내용은 대부분 반대하거나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미 법안까지
제출해 놓았으면서도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국민회의가 야당 때 개혁 법안을 내놓으면서 폈던 논리는 정연
함을 넘어 자못 '장엄'하기까지 하다. 96년 9월 이들 개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제도개선 특위에서 천정배 의원이 국민회의를
대표해 한 발언을 보자.

"검찰과 경찰이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정치 사회세력으로부터 중립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권
력지향적인 총수 아래 있는 검찰과 경찰 조직 자체로는 여전히
'정권의 시녀'라는 해묵은 비난을 면할 도리가 없다. 검·경은 야
당 등 반대 세력에 대해 부당한 정치적 탄압에 앞장섬으로써 민주
정치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구구절절히 검·경의 개혁 필요성을 역설
했다.

"현 정부(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분야에서 개혁을 추진
하고 있으나 검찰과 경찰은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군대나
정보기관을 이용한 노골적 탄압이 어려워짐에 따라 법을 빙자한
검·경의 탄압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야
말로 현재 가장 개혁돼야 할 대상이 되어 있다.".

천 의원은 국민회의의 주장이 단순한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
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사명'임도 강조했다. "검·경이 중립을 지
키지 못하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이 대통령에게 완벽
하게 장악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국회는 검찰과 경찰을 중립
화시켜 준 사법기관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
해야 할 엄숙한 사명을 띠고 있다. 이는 당리당략과 관계없는 시
대적 국민적 소명이다"고 했다.

그런 국민회의가 집권 후 보인 모습은 어떤가. 우선 "권력형
부정부패와 정치적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한계를 극복하
기 위해" 필요하더던 특별검사제는 백지화됐다. 국민회의는 지난
12월초 부배방지법안을 수정하면서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와 비
리조사처내에 두기로 했던 특별검사제를 없애기로 했다. 비리조사
처를 두지않기로 함으로써 그안에 두기로 했던 특별검사제까지 자
동적으로 백지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국민회의가 편 논리이다. 남궁진 제1정조위원장
은 "오늘의 검찰은 과거 검찰과 달리 공정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
에 비리조사처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말을 수긍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정부'라는 김
대중 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환골탈태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
을 것이다.

국민회의가 '표변'한 또 하나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문제이
다. 국민회의는 야당 시절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국회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게 하도록 관련 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정치
적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의 배경과 정확한 수사내용, 사건 처리의
객관성과 중립성 등을 국민에게 알릴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
다.

그러나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김태정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자, 국민회의 의원들은 조순형 의원을 빼고 모
두 반대했다. 국민회의 의원이기도 한 박상천 법무장관은 "검찰총
장 출석은 관행이 없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
원이 "장관은 야당 시절과 어떻게 그렇게 1백80도 달라질 수 있느
냐, 장관이 지금 야당 의원이면 더 호통을 쳤을 것"이라고 공격하
자, 박 장관은 "과거 총장 출석을 반대하던 한나라당도 입장이 바
뀐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국민회의나 한나라당이나 과거
에 비해 입장이 달라진 것은 똑같은데 누가 누구를 나무라느냐는
식이었다.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에 검찰 인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검찰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당초의 방침
도 지금은 오간 데가 없다. 국민회의는 야당 시절 대통령이 임명
하는 위원장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는
위원, 대한변협이 선출하는 위원 등 18인으로 검찰위원회를 구성,
검찰 인사에 야당도 참여하는 길을 마련하려 했었다.

고소인이 피고소인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법원에
피고소인 기소를 요구하는 재정신청 제도의 개선도 역시 잘 될지
의문이다. 현재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가혹 행위 등 직권 남용과
선거사범에 대해서만 인정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야당 때 재정신
청 대상 범죄의 제한을 없애고 모든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 재정
신청을 할수 있도록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권의 자
의적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지만,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 검찰에 의해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박상천 법무장관은 지난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대법원
검찰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 연말까지 재정신청을
모든 범죄에 적용하거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형
사소송법개정안을 마련,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하겠다고 했
다. 그러나 과연 제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야당 시절 제출했던
법안대로 전면 확대하는 내용이 될 지도 미지수이다.

국민회의는 이밖에 내무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폐지하고 국가
경찰에 대한 최고 심의 의결 기구로 국가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밑에 두며, 경찰청을 내무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이
주장도 지금은 찾기 어렵다.

야당 때의 주장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임명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는 것뿐이다.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의무화 등이 반드시
좋은 제도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미국 클린턴 대통
령의 성 추문 사건에서 보듯, 특검제가 국회 다수당에 의해 정략
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오히
려 해치게 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당초 주장했듯 검·경 중립화가 '당리당략'
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라면, 국민회의는 지금도 그런 논리를 정
당하다고 여기는지,아니면 과거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다든지 하는 공개적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
지 않고 집권당이 됐다고 해서 과거의 주장은 모른 채 외면한다면
야당 때의 주장이 당리당략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된다
는 것이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한나라당도 여당 때는 야당 주장을 반대
하다가, 이제 야당이 되니까 입장을 바꿨는데, 왜 국민회의가 입
장을 바꾼것만 갖고 그러느냐"고 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50년만
의 정권교체에 의한 진정한 국민의 정부'라는 구호와 달리, 국민
회의도 과거 여당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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